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해온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8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은 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7월 2일 수사에 착수한 특검은 지난 28일까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국정 개입 의혹 등을 다뤘다. 특검은 “김 여사는 대통령 배우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고가의 금품을 수수하고, 인사와 공천에 폭넓게 개입했다”며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훼손된 사례”라고 밝혔다.
◆76명 기소·20명 구속…헌정 사상 첫 전직 대통령 부부 동반 기소
특검은 지난 28일 수사를 마무리하며 김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총 76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번 특검은 역대 3대 특검 중 가장 방대한 16개의 수사를 다뤘으며, 구속영장 청구 29건 중 20건이 발부돼 68.9%라는 높은 인용률을 기록했다. 이는 앞서 종료된 내란 특검(53.8%)과 순직해병 특검(11.1%)의 인용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특검 수사가 상당 부분 법원에서 소명됐음을 시사한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씨로부터 받은 무상 여론조사(정치자금법 위반), 서희건설 관련 인사 청탁 및 금품 수수(알선수재) 혐의로 지난 8월 12일 구속 기소됐다. 특히 서희건설 측이 ‘나토 목걸이’를 제공하며 인사를 청탁했다고 자수한 점이 구속의 결정적 근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또한 여론조사 무상 수수 및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으며 권성동·김기현·김선교 의원 등 여권 핵심 인사들도 금품 수수와 특혜 의혹이 드러나며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전직 대통령 배우자의 비리를 상당 부분 실제로 규명해 법정에 세웠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金, 3억7000만원대 금품수수…‘현대판 매관매직’
특검은 김 여사의 금품 수수 사건에 대해 “수사 결과, 김 여사는 2021년 11월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된 이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서성빈 드롬돔 회장, 최재영 목사 등으로부터 총 3억7725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고, 국민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 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은 영부인의 지위를 이용해 각종 청탁과 함께 사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은 배우자의 이와 같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금품수수 사실이 있었음에도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이를 쉽게 믿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이를 알았다고 볼 직접적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돼 불가피하게 김 여사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뇌물수수죄에 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사건을 넘겼으며, 권력자와 그 배우자의 비리에 합당한 처벌을 가하기 위한 법·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검은 “이런 헌법 질서 파괴 행위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기존 법률의 한계로 합당한 처벌에 크게 부족함이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하도록 입법적 보완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통령 배우자의 권한 남용으로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크게훼손됐음을 여러 사건에서 확인했다. 수사는 종료됐지만 앞으로 공소 유지에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金 측 “수사, 말로 종결되지 않아…법정 증거로 완성”
김 여사 측은 특검의 수사 종료 발표에 관해 “수사는 말로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종국적으로 법정에서 증거로 완성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광화문의 민중기 특검은 오늘 최종 브리핑을 통해 수사 종결을 선언했다”며 “변호인들은 기소된 사건들의 경우 오직 기록과 증거, 법리에 따라 재판을 통해 엄정히 판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실이 과장되거나 정치적 프레임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과 방어권이 철저히 보장되는지 끝까지 점검해 성실하게 재판에 응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