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일부 거시적 지표에서는 경기 저점 통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는 비관적이다.
29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내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5.4로 나타나며 46개월 연속 부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제조업 BSI는 91.8로 부진이 장기화된 반면, 서비스업과 비제조업 일부는 기준선을 웃도는 업종도 존재했으나 전체적인 체감 경기는 여전히 침체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정밀기계 업종처럼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분야도 있지만 비금속 소재 등 다수 제조업이 부진을 지속해 업계 전반에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기준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 BSI는 기준선인 100을 꾸준히 밑돌며 다수 기업이 향후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과 내수 의존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체감 경기는 더욱 악화한 모습이다. 이러한 체감 지표는 실제 수치가 경기 회복 흐름을 일부 반영한다 해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이 깊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 전망 자료에서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 중후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을 중심으로 한 완만한 성장세가 기대되지만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내수 회복 속도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반도체와 조선업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인공지능 및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한 조선업 수주 확대가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러한 수출 개선 효과가 국내 전반으로 확산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심리 역시 위축된 상태다. 내년 투자 계획을 묻는 조사에서 기업 절반 이상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유지하겠다고 응답했으며, 투자 축소를 고려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과 환율 변동성, 금융 비용 부담이 투자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내년 경기가 급격한 침체 국면으로 재진입할 가능성은 낮지만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회복 국면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하 여부와 소비 심리 회복이 체감 경기 개선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