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청와대 시대] 다시 청와대 시대 연 이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등 참모진과 차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다시 청와대 시대가 시작됐지만 이재명 대통령 앞에 그동안 구중궁궐로 불리며 불통의 상징이었던 과거 청와대와의 단절과 새로운 시작이 과제로 놓이게 됐다.

 

이 대통령은 29일 청와대로 첫 출근하면서 공식임무도 시작했다. 무엇보다 청와대 복귀를 정상화로 규정한 이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집권기부터 지적받아온 청와대에서 오래 있을수록 소통이 원활치 않다는 지적을 의식해 소통 강화를 위해 공간부터 개조할 계획이다. 

 

거리를 좁힌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으로 새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은 본관과 여민1관에 함께 설치하지만 실제 업무 대부분은 참모들이 근무하는 여민1관에서 수행한다. 기존에는 여민1∼3관으로 분산돼 있었다. 특히 본관과의 거리가 10분 이상 소요될 만큼 멀었다. 이번에는 여민1관 3층에 이 대통령이 위치하고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은 2층에서 업무를 보며 수석비서관들은 1층에 배치된다. 이에 대해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난번에 한미 정상회담 때 가봤던 백악관처럼 대통령과 참모들이 지근거리에 있는데 우리도 비슷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언론과의 거리도 가까워진다. 용산 시절 운영하던 오픈 스튜디오 경험을 바탕으로 청와대에도 온라인 생중계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든다. 또 뉴미디어 콘텐츠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무회의와 업무보고, 브리핑 등을 실시간으로 공개해온 이번 정부에 걸맞게 청와대 복귀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청와대는 일제 시대 총독부 관저, 미군정 시기 사령관 관저 등으로 쓰였다. 정부 수립 후 1948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당시 경무대를 집무실로 사용하면서 일부 내부에서의 공간 이전과 청와대로의 명칭 변경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복궁 뒤에 있어 밀실행정, 구중궁궐 등의 반갑지 못한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런 폐쇄성과 권위주의 때문에 전직 대통령들 중 많은 이들이 이전을 검토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건 청와대 복귀를 성사해냈다는 점도 의미가 남다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당시 광화문 시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광장으로 청와대를 이전하겠다고 했으나 경호 문제 등으로 이행하지 못했다. 이제는 달라진 청와대를 통해 이번 정부가 야당은 물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구중궁궐이라는 오명을 떨쳐야 할 과제가 놓여있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2026년 새해 구상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복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신년 기자회견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8일 노무현 재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청와대로 돌아오는 것이 회복과 정상화의 상징이 된 듯한 느낌”이라고 말해 이 같은 기대감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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