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자금 지원 규모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기업 금융 특화 채널을 고도화하는 등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이는 부동산과 가계 대출에 편중됐던 자금 흐름을 혁신 기업과 중소·벤처 기업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려 실물 경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생산적 금융 지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대폭 확대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생산적 금융 상품 공급 규모를 총 17조8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목표치보다 약 1조6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하나금융은 이번 증액을 통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혁신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그룹 차원의 모니터링 시스템도 강화하기로 했다. 투자 중심의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했다. 향후 협의회를 매월 개최해 해당 임원이 직접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주요 현안을 공유해 그룹 차원의 속도감 있는 실행을 점검할 계획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조직 개편을 통해 생산적 금융의 실행력을 높였다. 농협금융은 이찬우 회장의 주도로 ‘생산적 금융 특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해당 위원회는 혁신 성장 지원과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경제 정책을 뒷받침하고 그룹 내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위원회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총 4개 분과로 운영되며, 각 분과는 벤처 투자 확대, 중소기업 자금 지원, 농식품 기업 특화 지원 등 세부적인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농협금융은 이를 통해 단순한 여신 지원을 넘어 기업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한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기업 금융 명가 재건을 목표로 재정비에 나섰다. 우리금융은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특화 채널 고도화 전략을 공개했다. 이는 기존의 기업 금융 창구를 혁신 기업들이 보다 쉽게 접근하고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거점으로 탈바꿈시킨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은 올해 생산적 금융 관련 자금 공급 목표를 12조7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유망 중소기업 발굴과 혁신 성장을 위한 자금 지원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들을 위해 기술 신용 대출을 활성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대규모 자금 지원 패키지를 내놨다. 신한은행은 총 6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성장 지원 패키지’ 서비스를 가동했다. 이 패키지는 창업 초기 기업부터 성장 단계에 진입한 중소기업까지 기업 생애 주기에 맞춘 다양한 금융 상품을 포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번 패키지를 통해 유동성 공급뿐만 아니라 경영 컨설팅 등 비금융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해 기업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정책 자금과의 연계를 통해 지원의 실효성을 높였다. 국민은행은 4000억원 규모의 정책 자금 수혜 기업 전용 대출 상품을 출시해 운용에 들어갔다. 이는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정책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금리 우대와 한도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증을 거친 기업에 자금을 집중함으로써 리스크는 줄이고 지원 효과는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