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손질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상자산 이전 시 적용되는 트래블룰의 100만원 기준을 사실상 없애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데 이어 자본잠식 등 재무적으로 취약한 가상자산 거래소를 걸러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을 개정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달 초 금융정보분석원(FIU) 업무계획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열린 특금법 개정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가상자산사업자 규율체계 정교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국제기준 정합성 제고, 자금세탁방지 검사·제재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가산자산을 이전할 때 정보를 제공하는 트래블룰은 100만원 이상의 거래에만 적용됐지만 이를 100만원 이하까지 확대하는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트래블룰을 100만원 기준으로 나누는 방식이 과연 의미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내부에서 계속 있었다”며 “소액이라는 이유로 자금 흐름을 놓치는 구조는 손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FATF는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1000달러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에 트래블룰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3000달러 수준의 거래에 트래블룰을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의 경우 금액 기준을 두지 않고 가상자산 송금 규정(TFR)에 따라 모든 가상자산 이전에 트래블룰을 적용한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이전 시 송·수신자의 정보를 확인·보관하도록 한 제도로, 일종의 ‘코인 실명제’로 불린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100만원 미만 거래가 규제 사각지대로 남아있어 범죄자금이 쪼개기 방식으로 이동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재무적으로 취약한 가상자산 거래소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거래소의 건전성 관리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금법 개정안에는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근거가 포함됐다. 대주주의 재무상태, 범죄 이력, 사회적 신용은 물론,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조직·인력·전산설비·내부통제 체계까지 신고 수리 단계에서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고를 수리하는 경우에도 자금세탁방지, 이용자 보호 등을 위한 구속력 있는 조건을 붙일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됐다.
FIU 관계자는 “그동안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거래소들이 있어도 문을 닫게 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며 “특금법 개정을 통해 대주주 재무 요건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금융위 또 다른 관계자는 “특금법이 여러 차례 손질되며 누더기가 된 측면이 있어, 전면 개정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가상자산을 포함한 자금세탁 방지 체계를 실효성 있게 재정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정민·이주희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