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서 이란 역시 보복 타격에 나서면서 확전 양상이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민을 향해 중동에서 떠날 것을 촉구하고 지상군 투입 가능성 카드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중동 국가들에 머무는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내렸다. 여행 경보가 적용되는 국가는 이란, 바레인, 쿠웨이트, 이집트, 레바논,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카타르, 이스라엘과 서안지구·가자지구, 요르단, 예멘 등 14곳이다.
모라 남다르 미 국무부 영사 담당 차관보는 “안전 위험으로 인해 해당 국가에 체류 중인 미국 국민은 가능한 상업 교통편을 이용해 즉시 출국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주사우디아라비아 미국대사관도 이날 드론 타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뒤 사우디에 체류하는 미국 시민들에게 자택 등 실내 대피를 권고하는 공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중동 내 미국 대사관들은 속속 폐쇄되거나 직원들이 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역대 전쟁 유공자들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하면서 이란과의 전쟁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무엇이든 우리는 해낼 것”이라며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고려하지 않는 카드로 알려진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고려 중임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미 일간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다른 대통령들은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나는 지상군에 관한 ‘울렁증(yips)’은 없다”며 지상군 투입에 대해 “‘아마도 필요 없을 것’, ‘만약 필요하면(보낼 수 있다)’이라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현재 미 지상군이 이란에 배치됐냐는 질문에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앞으로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에 대해 논쟁하지 않겠다”고 말해 여러 카드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음을 역시 드러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의 지상군 투입 여부는 전쟁의 성격을 확 바꿀 수 있기에 중요한 대목이다. 영토 장악, 정권 교체, 지하 핵 시설 접수에 직접 나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군 병력 손실 위험이 따르고 병력 주둔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수반된다. 멀리 베트남에서뿐만 아니라 가까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지상군을 투입했다가 막대한 병력 손실의 트라우마를 겪은 미군으로서는 지상군 투입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라크 전쟁과 같은 끝없는 전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동시에 “특정 기간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초반 1∼2주보다는 더 지속할 수 있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비슷한 뉘앙스였다. 그는 이날 연방의회에 출석해 “그들(이란)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도 “미군의 가장 강력한 타격은 아직 오지 않았다. 다음 단계는 지금보다 이란에 훨씬 더 가혹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루비오 장관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이란 공격을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만큼 계속할 것이며 우리는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헤그세스 장관과 케인 의장은 브리핑에서 공격을 이끄는 미 중부사령부에 추가 병력 투입과 보급물자 제공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중·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군은 이틀 동안 군인 수천명, 전투기 수백대, 2개 항공모함 전단을 중심으로 전력을 투입해 수만발의 폭탄을 투하하고 1000곳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해 이란에서 ‘국지적 공중 우세’를 확립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함정 10척도 침몰시켰지만 첫 미군 사망자가 4명 발생한 상황이다.
이란은 이에 맞서 이스라엘 및 미군이 주둔 중인 중동 국가들에 미사일·드론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고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불리는 레바논 지역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공격에 나서면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미국으로선 이란과의 전쟁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내 여론, 추가 사망자 발생 가능성과 전쟁 비용 부담 등이 또 다른 변수다. CNN이 여론조사업체 SSRS에 의뢰해 대이란 공격이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미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9%가 이란 공격 결정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규모인적·물적 피해가 예상되는 이란 현지 파병에는 반대 응답률이 60%로 찬성 응답(12%)과 큰 격차를 보였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사진 설명
3일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근교의 다히예 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