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6일 개장과 동시에 1500원을 터치하면서 저성장 속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 부담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경제 구조상 대외 변수에 의한 복합적 충격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보다 낙관적이었던 올해 경제 전망도 흔들리고 있다. 고환율과 고유가가 물가 상승 압력을 높혀 소비심리가 위축돼 내수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 수입 물가와 원자재 가격 등의 상승이 기업들의 생산 비용을 높이게 되고, 이는 결국 소비자 물가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이클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이달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이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 대비 0.6% 상승한 122.50을 기록하며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유가가 20% 이상 상승한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3%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구조상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은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100%로, 202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는 국제 유가가 10% 상승하는 경우 한국의 수출이 0.39% 감소될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유가 상승이 지속되는 경우 성장률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내외로 치솟게 되면 국내 경제성장률이 최소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포인트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1월 국제통화기구(IMF)는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통상 갈등을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3.1%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특히 중동 지역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경우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다. 환율 변동성에 따라 기업 비용 부담과 소비자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 경기에도 부담이다. 향후 달러 강세 흐름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국제유가 움직임이 환율 방향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가 촉발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1500원 안착 여부를 시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알루미늄과 비료, 설탕, 헬륨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며 유가 인플레이션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대두되며 위험 선호 심리가 극단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위험 통화인 원화 약세 부담도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낙원 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유가가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환율이 1500원에 안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동 전쟁이 단기에 종료되고 유가가 70~80달러대로 반락한다면 환율도 이전 수준인 1430원∼1480원대로 돌아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