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직격탄…한은, 4월 금리 동결하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경제를 덮치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에서 다시 한번 동결하며 관망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9일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하며 두 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명했다. 특히 연준은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7%로 상향 조정하며, 시장이 기대하던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신호를 보냈다.

 

이러한 미국의 결정은 한은의 선택지를 좁히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1.25%포인트로 역대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경우 자본 유출 압력이 커지고, 이미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1501원)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을 걷잡을 수 없이 자극할 위험이 크다. 또한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높여 국내 소비자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특히 중동 사태 이후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면서 실제로 국내 물가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1% 오르며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동의 긴장감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3~4월 지표를 고려하면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대 안착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황건일 금통위원은 지난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간 및 기자설명회에서 “대외 환경 급변으로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당분간 신중한 중립 기조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동결’에서 ‘인상’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NH금융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이란 전쟁이 1년 이상 길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통화정책의 중심이 경기 부진 완화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로 급선회하며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형 금통위원 역시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현재는 물가 상방 리스크와 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동시에 커진 복합적인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결국 한은으로서는 물가와 환율을 다 잡기 위해 다음달 10일 금통위에서 동결 카드를 통해 시간을 벌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 연준조차 중동발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우려해 인하 시점을 늦추는 분위기”라며 “한은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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