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을 둘러싼 규제 도입의 필요성과 부작용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 급성장에 따른 이용자 보호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지배구조 규율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산업 위축 우려가 맞서며 입법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5일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무엇이 쟁점인가?’ 보고서를 통해 관련 논의 배경과 핵심 쟁점, 향후 입법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최근 이용자 10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일평균 거래 규모는 수조 원대에 이르는 등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는 단순 중개를 넘어 가격 형성과 시장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이에 거래소 운영에 따른 문제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인가제 도입 논의가 진행되면서 규율 체계 정비 필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기존 신고제에서 인가제로 전환되면 거래소의 제도적 지위가 강화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 내 대체거래소의 지분 제한 규제가 참고 사례로 거론되며 가상자산거래소에도 유사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분 제한 논의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거래소의 구조적 특성과 이해상충 문제가 지목된다. 국내 주요 거래소의 지분이 특정 주주에게 집중된 구조에서 의사결정 권한과 경제적 이익이 편중될 경우, 거래 지원 여부나 조건 설정 등에서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거래 중개, 체결, 자산 보관, 상장 결정 등 다양한 기능이 결합한 구조는 이러한 위험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실제 입법 과정에서는 다양한 쟁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주주 지분 제한은 헌법상 재산권과 기업 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례성 원칙 충족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의결권 제한 등 덜 침해적인 수단으로도 동일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기존 주주에 대한 적용 과정에서 소급입법 금지 및 신뢰보호 원칙과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유예기간 설정이나 단계적 적용 등 완충 장치 마련이 중요한 입법 요소로 거론된다.
아울러 가상자산거래소를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와 동일한 수준으로 규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거래 기능 측면에서는 유사성이 있지만, 시장 구조와 글로벌 경쟁 환경, 혁신 산업이라는 특수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산업 측면에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지분 제한은 시장 공정성과 이용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과도한 규제는 투자 위축과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일정 수준의 규율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지분 제한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설계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규제 목적과 기대 효과를 명확히 하고, 다양한 대안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투명한 논의를 통해 제도의 예측 가능성과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