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사태’가 노란봉투법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와 노동계 모두 해당 법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법 해석과 관련해서는 파열음이 일고 있는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의 사상사고는 원하청 교섭을 둘러싼 노조와 사측 간 이견에서 촉발됐다. 앞서 화물연대는 지난 20일 경남 진주시의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BGF리테일에 공동교섭을 촉구하는 집회 중 비조합원이 운전한 2.5톤 화물차가 집회 참가자들을 치면서 조합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각각 중상과 경상을 입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개정노조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법이 사용자성을 확대함에 따라 하청·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사용자성 인정 요구가 거세져 노사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노동계 모두 노란봉투법 때문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양측의 의견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노동부가 화물연대의 노동자성이 불명확해 개정노조법 대상으로 보면 안 된다며 반박한 가운데, 노동계는 이런 정부의 태도가 방관적이라며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화물연대는 물류를 운송하는 화물 운송기사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단체로, 기사들이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됨에 따라 법적 노조로 인정되지 않는다. 2002년 출범한 화물연대는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투쟁한 끝에 하급심에서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일부 나오고 특수고용노동자라는 범주에도 들었으나, 여전히 노조법상 근로자의 지위는 얻지 못한 상태다.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BGF리테일이 실질적 사용자라며 처우 개선을 위한 교섭을 요구한 화물연대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 이를 계기로 원청 교섭 요구를 했다. 하지만 사측은 편의점 물류가 BGF로지스에서 물류센터-운송사-기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계약 구조로 운영되는 만큼 직접 교섭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며 결국 화물연대는 지난 5일 전면 파업에 나섰다.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은 “전면파업에 나선 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교섭을 요구하자 회사가 물량을 줄여 수입을 반토막 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화물연대는 파업과 같은 쟁의 행위를 하기 위한 노동위원회 조정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지 않았다. 아울러 노란봉투법상 사용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동위원회에 사건을 제기하거나, 노동부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 질의 등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 같은 부분을 지적한 노동부는 “이번 사안은 노란봉투법상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전에도 정부는 그동안 화물연대가 공식 노조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들이 단결한 법외노조인 만큼 직접 중재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화물연대 측은 성명을 통해 “화물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노조법상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 노란봉투법”이라며 “그렇기에 (이번 노동부 설명은) 노사관계에서 근본적 약자인 노동자들을 비롯해 화물노동자들에게 더더욱 아쉽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노동계는 정부의 태도가 방관적이라고 꼬집는 동시에 노란봉투법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법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운송 기사들은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인 만큼,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실질적·구체적인 지배력이 존재하는 범위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인데, 노동부가 개인사업자·소상공인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이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듯 대응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화물노동자는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지만, 노동조건이 원청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되는 구조에서 일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노동부가 이들을 소상공인으로만 규정하며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노란봉투법의 허점을 드러냈다며 개정노조법 2조 개정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자 추정주의 등을 개정노조법에 명시해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도 방법을 찾고 있다. 부처 설명자료를 통해 “관계 부처와 함께 취약한 지위에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도 스스로의 권익 보장을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대화·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겠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선 BGF리테일이 대화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자영업자 등으로 보고 노란봉투법을 적용하기보다 별도의 소통 채널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