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후폭풍] 화물연대 사태…반복되는 유사 충돌

22일 오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인근 사고 현장에 사고 화물차량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22일 오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인근 사고 현장에 사고 화물차량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40대 대형 트럭 운전기사 김모 씨는 노란봉투법 개정과 함께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다른 기업 노동자들처럼 각종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교섭조차 불가능했는데 이번 법 개정으로 실질적인 사용자 측에 교섭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동료들과 나누면서다. 하지만 얼마 전 발생한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 쟁의 현장에서의 사망 사고를 전해듣고 남일 같지 않아 착찹한 심정이다.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애꿎은 희생만 생겨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전화를 받다 보면 가슴이 더욱 답답해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 시행 한 달여 만에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를 둘러싼 현장 갈등이 사망사고로 비화했다. 지난 20일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 앞에서 원청 교섭을 요구하던 화물연대 집회 도중 2.5톤 화물차가 조합원들을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후 협상 국면에 들어갔지만 이번 사고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도 남아 있는 사용자성 판단 공백을 드러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고의 배경에는 화물연대와 BGF 측의 직접 교섭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CU 물류 운영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원청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회사 측은 BGF로지스를 거쳐 운송사와 기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계약 구조인 만큼 직접 교섭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노조는 지난 5일 총파업에 돌입해 진주와 화성, 안성, 나주 물류센터 출입구를 봉쇄했고 17일부터는 충북 진천 BGF푸드 공장까지 막아섰다. BGF리테일은 사고 다음 날 고인을 애도하며 사태 수습과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을 키운 제도적 배경으로는 지난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조법이 꼽힌다. 개정법과 시행령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보도록 했다. 노동계가 이를 근거로 원청 교섭 책임을 적극 제기하는 이유다.

 

다만 이번 참사를 곧바로 노란봉투법과 연관성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노동계 모두 법 자체가 직접 원인이라는 데에는 선을 긋고 있다. 노동부는 이번 사안을 전형적인 원·하청 교섭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화물연대 역시 법 시행 그 자체보다 원청의 교섭 거부와 열악한 운송 구조가 갈등의 본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근한 사례는 이미 국내에도 있었다. 서울고법은 2024년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유지하며 직접 고용 관계가 없더라도 원청이 작업환경과 노동시간 등에 대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원청 사용자성 확대 흐름이 사법부 판단에서 먼저 나타났고 노란봉투법은 이를 제도적으로 넓힌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진주 사태와 맞닿아 있다. 

 

해외에서도 물류·운송 파업 현장이 인명사고로 번진 사례는 적지 않다. 2021년 이탈리아에서는 리들 물류시설 앞 피켓라인을 트럭이 뚫고 나가며 노조 간부가 숨졌고 2015년 브라질에서는 화물운송비 갈등으로 벌어진 도로 봉쇄 현장에서 시위 참가자가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물류시설 출입과 대체 운송, 비조합원 차량 운행이 충돌하는 구조가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법은 사용자 범위를 넓혔지만 특수고용·간접고용이 얽힌 현장에서 누가 실제 교섭 상대방인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그 공백이 더 이상 법리 논쟁에 머물지 않고 현장 안전과 생명 문제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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