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못 펴는 강남 '대장 아파트'…압구정 한양 7억 하락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사진=뉴시스

서울 강남권의 이른바 ‘대장주’ 아파트들이 다주택 처분 압박과 세부담 강화, 고강도 대출 규제라는 삼중고에 직면하며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23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KB선도아파트50지수’는 132.4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0.73%(0.9포인트) 하락했다.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추린 이 지수가 하락을 기록한 것은 2024년 2월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해당 지수에는 압구정 현대, 래미안 원베일리, 반포자이, 헬리오시티 등 강남 3구의 초고가 단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발표된 ‘6·27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거주 의무 강화와 더불어 25억 원 초과 단지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2억 원까지 축소되는 등 고강도 수요 억제책이 강남권 매수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분석이다.

 

현장의 가격 하락세도 가파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 전용 91㎡는 지난 20일 54억 원(5층)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최고가인 61억 원보다 7억 원(11%) 떨어진 금액이다. 강남구 전체 매매가격 역시 4월 둘째 주 기준 -0.01%를 기록하며 7주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강남권이 ‘거래 절벽’에 신음하는 사이 주담대 6억 원 상한선인 15억 원 미만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강북권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자금 조달 부담이 적은 강북 외곽 대단지로 실수요자들이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강북권 중저가 대단지는 실수요가 몰리며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2월 24일~4월 23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 상위 10개 단지 중 9곳이 강북권에 집중됐다. 특히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3,830가구)는 두 달간 73건이 거래되며 서울 전체 거래량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노원구 중계무지개(36건) ▲성북구 한신한진(35건) ▲노원구 상계주공7·9단지(각 30건) 순으로 거래가 빈번했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40건)만이 유일하게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헬리오시티, 파크리오, 고덕 아르테온 등 강남권과 한강벨트 단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오는 5월 9일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부담을 피하려는 ‘막차 매물’이 쏟아질 경우 강남권의 약세와 강북권의 상대적 강세 흐름이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7653건으로 전월(4509건) 대비 69.7% 급증하며 10·15 대책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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