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을 사칭하며 지인을 속여 6억원 이상을 가로챈 70세 A씨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에 5억8500만원을 추징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사업가 B씨로부터 사건처리 등을 대가로 총 128차례에 걸쳐 6억6500만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그의 사기 행각은 2015년 10월부터 시작됐다. 전북 군산시에 있는 B씨 회사를 찾아와 “내가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인데 당신이 받는 검찰 수사를 해결해주겠다”며 “검찰 인사권이 있는 민정수석에게 인사를 해야 하니 우선 2000만원을 달라”고 제안했다. 송사에 휘말려 고민하던 B씨는 제안을 받아들여 A씨가 말한 금액을 당일 송금했다.
물론 A씨는 청와대 행정관도 아니었고 민정수석을 만난 적도 없는 데다가 검찰이 이 요구를 받아들일 일도 없으므로 B씨의 사건은 절차대로 흘러가 법정까지 오게됐다.
그런데도 사기 행각은 계속됐다. A씨는 “담당 검사를 만나서 당신에 대한 구형을 낮췄고 집행유예를 받게 될 것”이라면서도 “판사한테도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접대비를 다시 요구했다.
그는 이후로도 경영난에 빠진 B씨를 도와주겠다며 금융감독원, 국민연금공단, 국세청 등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임원 등에 대한 교제비 명목으로 거액을 뜯어갔다. 이 과정에서 군산지역 숙원사업 중 하나인 조선소 가동·새만금 재생에너지 등 대형 프로젝트에도 B씨의 업체를 참여시키겠다고 거짓말을 일삼았다.
그러나 8년간 6억원이 넘는 인사·접대비가 오가고도 성사된 일은 단 한 건도 없었다. A씨는 그 돈을 가족 또는 지인에게 이체하거나 카드결제대금 등으로 대부분 써 버린 상태였다. 애초 A씨는 ‘청와대 행정관’이 적힌 가짜 명함을 들고 B씨를 찾아왔을 때 통장 잔고가 1465원에 불과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순히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것을 넘어 공직사회 직무수행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하면서까지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했다”며 “피고인의 아내가 피해자에게 1억원을 주겠다고 약정했다고는 하나 현재까지 실질적인 피해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