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조 국민연금, 향후 5년 투자 방향 재설계…CIO·거버넌스 개혁 요구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기금운용본부 제공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기금운용본부 제공

국민연금이 향후 5년간의 투자 방향을 정하는 중기자산배분안 마련에 착수하면서 기금 운용 철학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단순 수익률 중심 운용에서 벗어나 공공 인프라와 실물경제 기반 투자 등 ‘사회투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결정하는 기금운용본부와 거버넌스 구조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7~2031 중기자산배분 수립 중간보고’ 안건을 보고 받았다. 중기자산배분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의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자산군별 목표비중과 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계획으로 기금위는 매년 5월 말 관련 안건을 심의·의결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중기자산배분안이 단순 자산 비중 조정을 넘어 국민연금의 장기 운용 철학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전략적·전술적 자산배분 허용 범위를 벗어날 경우 실시해오던 리밸런싱도 한시 유예한 상태다. 

 

지난해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목표 비중을 국내주식 14.4%, 국내채권 23.7%로 설정했으나 올해 1월 다시 14.9%, 24.9%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올 2월 말 기준 국내주식 비중은 24.5%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국내채권 비중은 같은 기간 18.5%로 감소 흐름을 보였다. 전체 자산 현황도 160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이 단순 수익률 중심 운용을 넘어 장기적인 경제 기반 유지와 가입자 확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가입 기반이 약화되는 만큼 청년 고용, 공공주택, 돌봄, 재생에너지 등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사회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 포트폴리오 현황. 기금운용본부 캡처
국민연금기금운용 포트폴리오 현황. 기금운용본부 캡처 

다만, 이같은 장기 투자 전략 논의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를 결정하는 국민연금 거버넌스 구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1600조원 규모 자산을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 과정이 외부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정치·관료 영향력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민연금 거버넌스의 핵심 문제로 정치적·독립적·중립성 부족을 짚었다. 그는 임기가 짧으면 정권마다 “말 잘 듣는 사람”을 앉히려는 유인이 강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사장 인사 시 국회 인준 도입, 임기 연장 등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이 지속적인 의구심을 낳고 있다”며 “복지부 장관이 최고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구조를 개선하고 국회가 법개정을 통해 독립적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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