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둔화와 금리 부담이 이어지면서 분양계약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전화나 오픈채팅방 등을 통한 권유로 계약에 이르렀거나 분양 상담 과정에서 들은 설명이 실제와 달랐던 경우 계약을 되돌릴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과거 분양 분쟁의 주된 쟁점이 입주 지연이나 단순한 계약금 반환이었다면, 최근에는 허위·과장 설명, 수익률·전매 가능성 안내, 용도 제한, 대출 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무대도 아파트를 넘어 오피스텔, 상가, 생활형 숙박시설(이하 ‘생숙’),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넓어졌다.
위솔브 법률사무소 이주원 변호사는 “분양계약은 일반 매매계약보다 검토할 요소가 많다”며 “계약서 문구뿐 아니라 분양광고, 홍보관 상담 내용, 브로슈어, 문자·카카오톡 대화, 대출 안내자료, 특약사항까지 함께 판단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주원 변호사가 대리한 한 분양계약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은 최근 수분양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계약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상 ‘전화권유판매’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분양자가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행사한 청약철회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계약은 실효됐고, 수분양자는 이미 납부한 계약금과 연 15%의 지연손해금을 돌려받게 됐다.
이 사건에서 특히 눈여겨볼 점은 두 가지다. 첫째, 계약서 서명이 홍보관에서 대면으로 이뤄졌더라도 그에 앞서 전화로 청약을 권유·유인한 사정이 있으면 전화권유판매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상대방은 ‘수분양자가 전매 차익을 노린 사람이므로 소비자가 아니다’라고 다퉜지만, 법원은 소비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체결 당시의 객관적 지위와 거래 형태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많은 수분양자가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으니 되돌릴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한다”며 “그러나 계약이 어떤 경위로 체결됐는지에 따라 청약철회라는 강력한 구제 수단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형은 생숙 분양을 둘러싼 분쟁이다. 이주원 변호사는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해도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도 아니며,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믿고 계약한 수분양자를 대리해 다수의 계약금 반환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이후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건축법상 용도 외 사용으로 위법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고, 세법상으로도 공부상 용도와 관계없이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건물은 ‘주택’으로 볼 수 있다.
이주원 변호사는 “시행사 측에서 보장한 내용이 관계 법령이나 판례에 명백히 어긋나는 허위 고지에 해당한다면, 이는 단순한 광고성 표현을 넘어 계약 해제나 착오·사기에 의한 취소를 주장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숙 분양 상담에서 들은 ‘주거 가능’, ‘이행강제금 걱정 없음’ 같은 말은 그 자체로는 입증이 쉽지 않다”면서도 “확약서, 문자메시지, 브로슈어처럼 설명 내용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남아 있다면 대응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유형 모두에서 이주원 변호사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증거’와 ‘초기 대응’이다. 상담 당시 들은 말이 있어도 녹취, 문자, 광고자료, 확약서, 납부 내역 등이 남아 있지 않으면 입증이 어려워진다. 반대로 계약서와 설명자료 사이에 모순이 있거나 중요한 내용이 누락된 정황이 확인되면 분쟁 대응의 단서가 된다.
이주원 변호사는 “분양 분쟁은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의사만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며 “해지·취소 가능성, 손해배상 범위, 형사 고소 필요성을 구분해 검토하고,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부터 주장 구조와 증거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초기 대응 과정에서 감정적이거나 단정적인 주장을 남기면 이후 협의나 소송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글 위솔브 법률사무소 이주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