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건강도 닮는다…연령대별로 봐야 할 이상 신호

오랜 시간 같은 식탁을 공유하고 비슷한 생활패턴을 유지하는 부부는 건강 상태도 닮아갈 수 있다. 식습관과 활동량, 음주, 흡연 노출, 수면 환경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만과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위험도 비슷해질 수 있어서다.

 

국제학술지 ‘대사증후군 및 관련 장애’에 2024년 발표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가 대사증후군을 가진 경우 상대 배우자의 대사증후군 위험이 약 1.5배 높게 나타났다. ‘임상 고혈압’에 2022년 게재된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 연구에서도 비만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운동, 식습관, 흡연 등 심혈관 건강지표가 부부 사이에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유미 인천힘찬종합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은 “식사 구성과 활동량, 음주와 흡연 노출, 수면 환경을 장기간 공유하기 때문에 질병 위험도가 유사할 수 있다”며 “부부는 서로의 신체 변화나 건강 이상을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관찰자이므로 상대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주의해야 할 질환과 생활습관을 같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젊은 부부는 식사 패턴과 체중 변화부터

 

젊은 부부는 맞벌이와 육아 등으로 생활 리듬이 불규칙해지기 쉽다. 아침을 거르거나 저녁 식사를 배달음식, 야식으로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면 부부 모두 체중 증가와 인슐린 저항성, 혈당·지질 이상에 노출될 수 있다. 복부비만이 동반되면 음주량이 많지 않아도 지방간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식사 패턴과 체중 변화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야식이 잦아졌는지, 식후 속쓰림이나 더부룩함을 자주 호소하는지, 짧은 기간 체중이 늘었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생활습관 교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간수치나 중성지방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식습관 점검이 필요하다. 배달음식과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국물과 소스는 남기며, 채소와 단백질이 포함된 식사를 규칙적으로 챙기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중년 부부는 갱년기와 대사질환 지표 확인

 

중년 부부는 갱년기와 함께 나타나는 신체 변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 여성은 완경 전후 에스트로겐 감소로 복부비만과 이상지질혈증, 혈압 상승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남성도 중년 이후 근육량이 줄고 내장지방이 늘면서 혈당과 혈압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

 

피로감이나 체중 증가, 수면장애를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기기보다 혈압,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 주요 건강 지표를 확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우자가 안면홍조, 수면장애, 피로감, 무기력, 급격한 체중 증가 등을 보인다면 호르몬 변화와 대사질환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년 부부는 근육량·보행능력·인지 변화 살펴야

 

노년기에는 근육량과 근력이 줄면서 보행 속도와 균형감각이 떨어지기 쉽다. 무릎 관절염이나 척추협착증 같은 퇴행성 질환이 동반되면 통증으로 활동량이 줄고, 근력이 더 약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근감소증은 낙상 위험을 높이고, 낙상은 장기 입원과 간병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우자가 예전보다 걸음이 느려졌거나 보폭이 좁아진 경우, 오래 걸으면 다리가 저려 자주 쉬는 경우,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 통증이 심해진 경우, 자주 휘청거리거나 넘어질 뻔한 일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근감소증과 척추·관절 질환, 낙상 위험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김태섭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퇴행성 질환 통증으로 걷는 시간이 줄고 근력이 떨어지는 과정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단백질 섭취와 저항성 운동으로 관리하고, 관절 통증이 있더라도 활동 자체를 줄이기보다 원인을 찾아 보행 능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지 변화도 부부가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노년기 건강 신호다. 최근 일을 자주 잊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경우, 약 복용을 자주 빠뜨리는 경우, 익숙한 길을 헷갈리는 경우, 성격 변화가 두드러지는 경우에는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가능성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심뇌혈관질환의 응급 신호도 함께 알아둬야 한다. 한쪽 팔다리 힘이 갑자기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경우, 얼굴 비대칭, 극심한 흉통, 식은땀, 호흡곤란이 나타나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전조증상일 수 있어 즉시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본인이 증상을 가볍게 여기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함께 생활하는 배우자의 관찰과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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