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어갈 거란 위기감은 비단 한국에서만의 걱정거리는 아니다. 해외의 크고 작은 기업들 사이에서도 AI 도입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전세계 상장사 시가총액 순위 10위에 올라있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 플랫폼은 지난 4월 약 8000명의 직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놔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는 메타 전체 인력의 약 10%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기존 인력을 줄여 AI 분야에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붓기 위한 조치다. 메타는 약 6000개의 일자리 채용 계획도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글로벌 시총 순위 5위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역시 올해 1월 사무직을 중심으로 1만6000명을 추가 감원키로 했다. 앞서 아마존은 지난해 10월에는 1만4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IBM도 지난해 11월 소프트웨어 부문 집중을 위해 인력 조정을 예고하며 감원을 발표했다.
지난해 1월에서 11월까지 미국에서 AI를 사유로 한 인원 감축 때문에 5만4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줄었다는 현지 컨설팅업체의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미국에선 향후 5년 안에 사무직을 일컫는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 캘리포니아주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최근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노동정책 개편을 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AI발 대규모 일자리 대체에 대응키 위한 것으로, 기존의 직원을 유지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마케팅∙영업 담당자를 위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긴 걸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AI 시대 굳건히 살아남을 직업으로 해외에서 주목받는 건 무엇일까. 최근 외신들은 학자금 대출 부담을 떠안는 대신 배관공이나 용접공, 전기 기술자로 현장일에 뛰어드는 20대 젊은이들의 사례를 부쩍 자주 소개하고 있다.
AI 시대에 가장 대체될 위험이 낮은 일자리 가운데 하나로 배관공이 꼽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예컨대 AI 데이터센터를 하나 지으려고 해도 엄청난 숫자의 전기공과 배관공이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생성형 AI 확산이 고학력 화이트칼라의 초급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반면, AI 인프라와 연계된 현장 기술직 블루칼라에 대한 수요와 이들의 몸값이 함께 뛰고 있다는 분석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AI가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건물 설비에 누수가 발생하거나 변압기가 고장 났을 때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전세계 AI 밸류체인의 정점에 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도 최근 행사에서 “거대한 AI 공장을 짓기 위해선 대규모의 전기기사와 배관공, 목수가 필요하다”고 말해 AI 시대에도 여전한 물리적 기술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