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자가 공동생활 중 형성한 부동산을 갑자기 매도하거나 명의를 이전하는 문제로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재산분할 협의가 시작되기 전 아파트나 상가를 처분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해당 재산에 대한 권리를 더 이상 주장할 수 없는 것인지 불안해지기 쉽다.
그러나 이혼 재산분할은 소송 당시 상대방 명의로 남아 있는 재산만을 기계적으로 나누는 절차는 아니다. 법원은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의 범위와 취득 경위, 처분 시점과 목적, 처분대금의 사용처 등을 함께 살펴 재산분할 대상을 판단하게 된다.
가령 혼인 파탄이 가시화된 뒤 배우자가 부동산을 급하게 매각했다면 매매계약서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매매대금이 얼마였는지, 대금이 어느 계좌로 입금됐는지, 이후 예금이나 다른 자산으로 형태만 바뀐 것은 아닌지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
정상적인 생활비나 채무 변제 등에 사용된 경우와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는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명의를 이전하거나 시세와 크게 다른 조건으로 거래한 정황이 있다면 거래 과정과 자금 흐름을 보다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혼 재산분할 사건에서 부동산 처분이 문제 될 때는 등기부등본, 매매계약서, 계좌거래 내역, 대출 상환자료, 문자·메신저 대화 등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언제부터 부부 사이에 이혼 이야기가 오갔는지와 실제 처분 시점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단서가 된다.
상대방의 재산 처분 가능성이 예상된다면 소송이 본격화된 뒤 자료를 찾기보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재산 현황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의 소유관계와 근저당권 설정 여부, 기존 매매 협의 정황 등을 확보해 두면 이후 재산의 이동 과정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전 법무법인 한길로 박종현 대표변호사는 “이혼 재산분할은 부동산이 처분됐다는 사실 하나로 권리관계가 정리되는 문제가 아니다. 처분 시점과 대금의 흐름, 혼인 파탄 경위까지 연결해 실질적으로 어떤 재산이 남아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동산을 처분한 배우자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사정과 재산분할 비율은 구분해서 살펴야 한다. 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부부가 혼인생활 중 재산을 형성·유지한 기여를 청산하는 제도인 만큼 감정적인 책임 공방보다 재산의 형성 과정과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소송 직전 부동산이 사라졌다고 해서 곧바로 이혼 재산분할 대상에서도 제외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처분 전후의 자금 흐름과 거래 경위, 현재 남아 있는 재산의 형태를 확인하는 일이다. 부동산 등기와 금융자료를 가능한 범위에서 보존하고 재산이 이동한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 권리관계를 판단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글=대전 법무법인 한길로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