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론 딛은 미래에셋 박현주의 ‘뚝심’…스페이스X와 날아오르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미래에셋 제공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미래에셋 제공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12일 밤 미국 나스닥(NASDAQ) 시장에 상장한다. 상장 후 예상 기업가치는 최대 1조8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해외 혁신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했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안목이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초기 시장의 회의론 속에서도 글로벌 확장 전략을 고수해 온 박 회장의 혜안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2022년 7월 국내 금융사 최초로 스페이스X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총 투자 규모는 2억7800만달러(약 4000억원)이다. 계열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이 약 2000억원을 출자해 핵심 자금줄 역할을 맡았고,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벤처투자 등도 자금을 보탰다.

 

◆회의론 딛고 ‘선제 베팅’

 

투자 당시만 해도 금융권 일각의 시선은 냉담했다. 회수 기간이 길고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우주·항공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무리한 해외 확장이라며 우려와 비판적 회의론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당장 눈앞의 배당이나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보수적인 국내 자본시장의 비판을 키웠다.

 

그러나 혁신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박 회장의 결단에 따라 투자는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당시 대부분의 국내 경쟁사들이 국내 영업 마진에 집중할 때, 박 회장은 일찍이 글로벌 시장과 장기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 가치에 주목하며 혁신성과 시장 선도 가능성에 기반한 글로벌 투자를 강조해 온 박 회장의 선구안이 결국 미래에셋을 지탱하는 대체 불가능한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이번 결단은 30년 전 창업 전선에서 마주했던 위기 돌파 방식과도 닮아있다. 33세에 최연소 증권사 지점장을 지내며 현장 역량을 다진 박 회장은 1997년 자본금 100억원으로 동료들과 함께 미래에셋벤처캐피탈(현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하며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창업 직후 외환위기(IMF)라는 초유의 암초를 만났지만, 박 회장은 이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국가 부도 위기로 자본시장이 위축되고 모든 금융사가 투자를 멈추던 시기였으나, 그는 저평가된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과 한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출시된 국내 최초의 주식형 뮤추얼 펀드 ‘박현주 1호’를 시장에 내놓으며 펀드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는 금융 패러다임을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며, 미래에셋이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결정적 발판이 됐다.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있는 한 건물에 스페이스X의 로고가 붙어 있다. 뉴시스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있는 한 건물에 스페이스X의 로고가 붙어 있다. 뉴시스

 

◆10년 전 ‘롤모델’도 뛰어넘었다

 

과거 자본시장의 판을 바꿨던 이러한 박 회장의 안목은 오늘날 스페이스X 투자 성과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되는 모습이다. 스페이스X를 비롯한 혁신기업의 가치 상승 등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 직접투자(PI) 부문 평가이익은 약 8040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 성과가 실적을 견인하면서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조 19억원을 기록, 증권업계 최초로 ‘분기 순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룹 전반의 외형 성장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그룹의 시가총액은 41조5758억원을 기록하며 하나·우리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사들을 제쳤다. 이는 지난 2016년 대우증권 인수 당시 박 회장이 롤모델로 삼았던 일본 노무라홀딩스의 시가총액(36조원)마저 앞지른 수치다. 업계에서는 향후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이 본격적으로 완료되면 이 같은 평가이익과 기업가치가 한층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박 회장은 이 같은 투자 성공 경험을 미래 인재들과 공유하며 향후 혁신기업 투자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 차세대 리더 대상 강연에서 “벤처·전략투자 역량은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레이더”라고 평가하며 “스페이스X 투자 성공을 발판 삼아 초기 스타트업부터 성장기업, 상장기업까지 투자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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