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업 허가제 전환에 업계 우려…“중소업체 생존 위협”

서울 시내의 한 거리에 카드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거리에 카드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연체채권을 매입해 직접 추심하는 매입채권추심업에 대해 허가제를 도입하기로 하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업계는 채무자 보호와 추심 관행 개선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자본금 30억원, 금융회사 50% 이상 출자, 전문인력 확보 등 새 허가 요건이 현실적으로 과도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매입채권추심업을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8월 업계 의견을 모아 대부업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연내 국회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매입채권추심업은 금융회사나 대부업자로부터 연체채권을 매입한 뒤 채무자에게 직접 채권을 추심하는 업종이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등장해 2009년 대부업법 개정으로 등록제가 도입됐다. 현재는 금융위에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등록제만으로는 최근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매입채권추심업자는 채권 추심뿐 아니라 법원의 집행권원을 통해 계좌 압류나 유체동산 압류, 채무불이행자 등록 강제집행 절차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등록제는 사업자의 적격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려워 과도한 추심 관행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시장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위 등록 매입채권추심업자는 911개사에 달하며 이들이 보유한 연체채권은 매입가 기준 22조4000억원 규모다. 2018년 4조3000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개인 무담보(신용) 연체채권 잔액도 7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채권추심업 수준의 허가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앞으로 매입채권추심업을 하려면 금융회사가 50% 이상 출자한 법인이어야 하며 자본금 30억원 이상을 갖춰야 한다. 사업계획의 건전성과 대주주의 재무건전성, 사회적 신용 등도 심사를 받게 된다. 

 

인력 요건도 강화된다. 변호사 등 전문인력 5인 이상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임원뿐 아니라 직원도 강화된 적격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채무자의 민감한 금융정보를 다루는 만큼 전산보안 설비와 정보보호 체계도 강화된다. 

 

업무 범위도 제한된다. 현재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다른 사업을 함께 영위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법률이 허용한 업무만 수행할 수 있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된다. 특히 이해상충 우려를 막기 위해 금전대부업과 대부중개업 겸업은 금지된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편이 채권 회수와 채무자가 재기 지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자들에게는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허가를 받지 못하는 업체는 보유 채권을 매각하거나 소각하는 절차를 거쳐 시장에서 퇴출된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인 만큼 허가제 전환 취지에는 공감하며 업계도 제도 변화에 맞춰 나갈 것”이라며 “다만 현재 제시된 인적·물적 요건은 중소 업체들이 충족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 등 전문인력 5명과 상시 근무 인력을 확보하려면 연간 인건비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수준이 소요될 수 있다”며 “자본금 30억원 기준도 부담이지만 금융회사의 50% 이상 출자 요건은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업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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