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이 고객의 경험과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형 우대 상품’으로 MZ세대와 실속형 소비자(체리피커) 공략에 나섰다. 저축이라는 딱딱한 금융 행위에 운동, 독서, 캐릭터 육성 등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서사를 결합해 재미와 성취감을 동시에 제공하는 락인(Lock-in)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건강관리부터 저축 루틴까지…일상 습관에 금융 서사 입힌 은행들
대표적인 상품은 신한은행의 ‘운동화 적금’이다. 만기 1년제 상품으로 선착순 10만좌 한도로 운영 중이다. 매월 최대 30만원까지 입금 가능한 자유적립식 구조로, 기본금리 연 2.50%에 우대금리 최고 연 5.00%포인트를 얹어 최고 연 7.50%의 고금리를 제공한다. 앱 내 혜택 메뉴인 ‘뛰어요’ 또는 ‘걸어요’ 서비스에 가입하고 일상에서 걷거나 뛰는 건강 미션을 달성하면 우대금리를 준다. 화면 속에서 내가 달린 기록과 운동 성과가 직관적으로 시각화돼 저축을 하나의 건강 콘텐츠처럼 느끼게 만드는 이용 경험을 제공한다.
고객의 저축 습관을 상품 서사로 풀어낸 적금도 눈길을 끌고 있다. 전북은행의 ‘도전 루틴 적금’은 매일 1만원씩 납입하는 저축 루틴을 금리 혜택으로 보상하는 습관형 상품이다. 판매기간은 오는 11월 30일까지 1만좌 한도로 운영된다. 매일 꾸준히 돈을 넣는 행위를 ‘도전’으로 설정해 고객이 저축 목표를 지속하도록 유도한 점이 특징이며, 우대금리는 매월 정해진 납입 루틴 성공 횟수에 따라 차등 적용돼 최고 금리는 연 11.0%다.
토스뱅크의 ‘키워봐요 적금’은 매주 자동이체에 성공할 때마다 캐릭터가 성장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미션형 상품이다. 가입 기간은 6개월로 고정되며, 납입 금액은 매주 1000원부터 최대 20만원까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고객은 정해진 주기마다 납입을 이어가며 저축 성취감을 얻고, 토스뱅크는 이를 게임처럼 구성해 금융상품에 재미 요소를 더했다. 26주 연속으로 자동이체 입금 미션을 모두 달성하는 등 우대조건 충족 시 최고 연 3.8% 금리가 적용된다.
◆매일 저축하며 책도 읽는다…콘텐츠로 MZ 사로잡는 인뱅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자사의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 강점을 살려 금융 상품에 독서, 게임, 캐릭터 육성 등의 콘텐츠 서사를 결합한 초단기 상품으로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와 협업해 출시한 ‘궁금한 적금 with 밀리의 서재’는 만기 1개월(31일)짜리 초단기 자유적금으로, 하루 납입 한도는 최소 100원부터 최대 5만원까지 설정됐다. 기본금리는 연 0.70%로 매우 낮게 출발하지만, 31일 동안 매일 하루 한 번 입금할 때마다 무작위(랜덤) 우대금리가 차곡차곡 쌓여 매일 완납을 마칠 경우 최고 연 6.70%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 상품은 단순히 숫자를 채우는 통상적인 저축 방식에서 벗어났다. 매일 돈을 입금할 때마다 밀리의 서재가 엄선한 추천 도서의 서사와 관련 콘텐츠가 한 편씩 앱 안에서 열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매일 저축을 이어가며 이야기 한 편을 끝까지 읽어내는 일종의 ‘성장 서사’를 부여한 것이다. 아울러 31회 완납을 성공적으로 마친 고객 전원에게는 밀리의 서재 1개월 무료 구독권을 증정해 금융 경험을 일상적인 문화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러한 스토리텔링 상품은 최고 연 3~7%의 금리를 내세우지만, 제휴 카드 발급 등 까다로운 조건을 채워야 하는 허들이 있다. 게다가 초단기 상품은 만기가 1개월에 불과해 연이율 착시를 제외하면 실질 세후 이자는 수천원대에 그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자산 증식보다는 ‘재미를 곁들인 저축 습관 형성용’으로 영리하게 체리피킹해야 실속이 있다”고 조언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