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관계 당국이 강력한 메스를 들이댈 계획인 가운데 한국보다 앞서 주식시장을 대수술한 일본의 사례는 국내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30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거래소(JPX)는 2022년 4월 기존 5개로 나눠져 있던 복잡한 상장시장을 목적과 조건이 뚜렷한 3개로 재편했다. 그간 제1부와 제2부, 마더스, 자스닥 등으로 구분되던 시장은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기 때문이다.
자국 주식시장의 글로벌 지위 하락을 막기 위해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일본거래소는 프라임과 스탠다드, 그로스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도입하는 처방을 꺼내들었다. 각 세그먼트는 기업의 성장 단계와 규모에 맞춰 진입 및 유지 조건을 명확히 해 엄격한 차등을 뒀다. 이 중 프라임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그로스는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신흥∙벤처기업의 무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일본의 시장 개편 핵심 키워드가 부실기업 퇴출이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부실 기업이 빠르게 걸러지자, 신규상장보다 상장폐지 기업 수가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2024년 일본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종목 수는 94개로, 신규상장(81개)을 처음으로 앞섰다. 신규상장 대비 상장폐지 종목 수 비율은 2024년 이후 계속 증가해 2025년에는 1.9배, 올해 들어선 지난 5월까지 3.6배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며 힘을 실었다. 새로운 정책적 세제 혜택 상품을 도입해 자금이 저축에서 투자로 이동하게끔 유도했다. 이처럼 일본에선 구조 조정에 초점을 맞춘 시장 개편에 세제 혜택으로 인한 자금 유입이 더해지며 우량주로의 자금 집중이 가속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승강제와 강력한 퇴출 제도의 결합이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 상향 등 일본 주식 시장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일본의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상무(사진)는 코스닥시장이 그간 부진했던 배경을 묻는 말에 시장 규모에 비해 종목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현재 코스닥시장 상장사 수는 1650개로, 코스피(870개)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이자보상비율이 1이 안되는 기업이 3곳 가운데 1곳일 정도로 상장사들의 실적도 부진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비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다는 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국내 경제구조가 중소기업보다 수출형 대기업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점도 코스닥시장을 눌러왔다.
허 상무는 이같이 진단하며 상장 종목 수 정리 및 축소와 함께 상장 요건 강화를 코스닥시장 부흥을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허 상무는 전세계 자금을 빨아들이는 기술주 중심 미국 나스닥의 성공 비결에 대해선 인수합병(M&A)을 비롯한 규제가 한국보다 좀 더 유연하다는 점과 창업자라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오는 문화 등을 배경으로 들었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장 전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단계적 자본시장 생태계가 잘 갖춰진 것도 나스닥이 유독 잘 나가는 이유 중 하나다.
허 상무는 “나스닥이 성공한 것은 미국의 성장 지향적인 기업 문화와 혁신을 우선시하는 환경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