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200선을 밟았던 코스닥 지수가 다시 900선에 머물고 있다. 코스피 독주와 우량주 이탈, 부실기업 누적 등 30년 성장통이 겹친 탓이다. 그러나 최근 시장은 반등을 향한 중장기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하반기 시장 정상화 대책이 본격 가동되는 데다, 정부의 국가 인공지능(AI) 전략과 대기업 투자가 맞물리며 인프라 핵심 영역의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진짜 재평가’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격차 심화…투자 심리 양극화 지속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상승률은 10.87%로 코스피(108.85%)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연초 ‘천스닥’에 재진입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최근 한 달간 코스피가 27% 급등하는 랠리를 펼치는 사이 코스닥은 오히려 12% 하락하며 격차가 극명하게 벌어졌다.
투자 심리 역시 양극화되고 있다. 코스피 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연초 이후 8조4876억원 급증한 반면, 코스닥은 7454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AI 열풍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포진한 코스피로 자금이 쏠리면서 코스닥 주축인 바이오·2차전지는 부진했다. 실제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은 올해 들어 20% 하락했다.
◆‘다산소사’ 구조에 내실 부족…이탈 잔혹사 반복
현재 코스닥 상장사는 약 1800개사로 코스피의 두 배에 달하지만 내실은 부족하다. 올해 1분기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부진은 우량 기업의 코스피 이전 상장과 누적된 부실 기업 문제가 맞물린 결과다. 진입 문턱은 낮고 퇴출은 관대한 ‘다산소사(多産少死)’ 구조 속에서 성과 부진, 소통 부족, 자본잠식 등 구조적 문제를 지닌 부실기업이 장기간 방치됐다. 결국 이것이 시장의 기초체력을 갉아먹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이 됐다.
시장의 기초체력이 저하되다 보니 양적 팽창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순도 발생했다. 지난 20년간 코스닥 시총이 8.6배 커지는 동안 지수는 단 1.6배 상승에 그쳐, 시총(6.7배)과 지수(3.8배)가 동반 상승한 코스피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여기에 NHN, 셀트리온에 이어 최근 알테오젠까지 코스피 이전을 추진하는 등 ‘탈코스닥’ 잔혹사도 부진을 심화시켰다. 코스닥 시장이 커지면 우량 기업이 이탈하는 악순환이 30년간 반복됐다. 코스닥협회 등 유관 단체들이 “우량 기업이 시장에 남아 중심을 잡아줘야 혁신 생태계의 선순환이 완성될 수 있다”며 잔류를 호소하는 이유다.
◆ AI 인프라·소부장 낙수효과…‘필요한 기업’ 중심 재평가
현재 코스닥은 구조적 정체기를 겪고 있지만, 최근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정부의 정책 지원은 중장기 재도약의 기회로 꼽힌다.
특히 정부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한 국가 성장 전략을 전격 공개하고, 삼성전자와 SK 등 대기업도 이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코스닥 성장주로 쏠리고 있다. 그동안 대형주에만 집중됐던 반도체 투자 기대감이 기술력을 갖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으로 확산되며 실질적인 낙수효과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AI 투자 확대로 전력, 냉각, 패키징, 테스트, 데이터센터 인프라 등 이른바 ‘병목 영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기술을 가진 코스닥 기업들이 차기 주도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AI 서버 투자가 늘어날수록 GPU뿐만 아니라 전력 공급 장치나 테스트 소켓, 네트워크 인프라 수요가 필수적으로 동반되기 때문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AI 투자가 커질수록 가장 먼저 부족해지고 가장 비싸지고 가장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는 영역이 병목“이라며 “코스닥의 기회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그는 낙수효과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AI 병목을 해결하는 기업으로 그 경로가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최근의코스닥 조정 역시 흐름상 불편할 수 있지만, 강세장의 끝이 아니라 다음 주도주를 선별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코스닥의 다음 30년은 더 많은 기업의 시대가 아니라 더 좋은 기업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라며 “AI 병목을 해결하는 기업들의 재평가는 이제 시작”이라고 관측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