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사금융과 악성 추심을 뿌리 뽑기 위한 범정부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경찰청,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용회복위원회 등 관계기관은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피해 신고부터 추심 차단, 수사 의뢰, 법률 지원, 채무조정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본격화했다. 특히 최근 불법사금융이 SNS, 대출중개 사이트, 휴대전화 앱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확산하면서 가족·지인 연락처를 담보처럼 요구한 뒤 이를 악성 추심에 활용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는 단속과 피해자 보호를 동시에 강화했다.
◆신고 한 번에 추심 차단…원스톱 지원 본격화
금융당국은 기존에 기관별로 흩어져 있던 피해 지원 절차를 하나로 묶었다. 피해자가 금융기관,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 어느 경로로 신고하더라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전담자를 배정받아 후속 절차를 안내받는 방식이다. 신복위는 불법사금융업자에게 문자 등으로 불법추심 중단을 경고하고, 금감원은 추가 경고와 피해 사실 확인, 채무자대리인 선임, 대부계약 무효 확인 등 절차를 지원한다. 필요하면 경찰 수사 의뢰와 계좌 지급정지, 전화번호·SNS 이용중지 조치도 연계된다.
8일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시스템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23일부터 4월 17일까지 약 8주간 233명이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아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을 받았고, 이 중 171명이 1233건의 피해를 신고했다. 전국 8대 권역에 배치된 신복위 전담자 17명은 피해 신고서 작성, 채무자대리인 선임 신청, 수사의뢰 등 절차를 밀착 지원했다.
이 기간 신복위의 경고 조치는 782건, 전화번호·SNS 이용중지 조치 의뢰는 19건, 채무자대리인 선임 의뢰는 261건, 대부계약 무효확인서 발급은 53건, 수사의뢰는 88명, 계좌정지 조치 의뢰는 59건으로 집계됐다. 채무조정 26명, 금융·고용·복지 연계 13명 등 복합지원도 이뤄졌다.
◆연 1417% 살인적 이자…가족 협박까지
피해 실태는 심각했다. 금융당국이 신고 피해자 171명 중 계약 내용이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한 53명, 채무 371건을 분석한 결과 1인당 불법사금융 이용금액은 평균 1097만원, 실제 상환액은 평균 1620만원 수준이었다. 약정 기준 연 이자율은 평균 1417%로, 대부계약 무효 기준인 연 60%를 크게 웃돌았다. 법정 최고금리를 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정상적인 상환이 불가능한 구조였던 셈이다.
상담 사례를 보면 생활비나 사업 운영자금이 막힌 피해자가 온라인 광고나 대출중개 사이트를 통해 불법사금융에 접근한 뒤 고금리와 협박성 추심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 피해자는 사고로 근로가 어려워지자 생활비 마련을 위해 불법사금융업자 2명에게 돈을 빌렸고, 업자별 연 환산 이자율은 각각 약 4149%, 3678% 수준이었다. 상환이 어려워지자 불법추심이 시작됐다. 또 다른 피해자는 영업 부진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하려다 10개 불법사금융업자로부터 평균 연 540% 수준의 돈을 빌렸고, 이후 협박과 폭언에 시달렸다. 신복위 전담자는 불법추심 중단과 채무종결을 요구하는 한편 채무자대리인 선임, 무효확인서 발급, 수사의뢰를 연계했다.
◆“불법 추심, 혼자 감당하지 말고 즉시 신고·상담”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법정이자 초과대출은 무효이고, 이자율이 명목 불문 60% 이상이면 원금도 무효”라며 “갚을 필요 없고 그렇게 빌려준 업자는 형사처벌, 무허가 대부업도 처벌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냈다.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과 취약계층 보호 기능을 국가 정책 차원에서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이에 정부는 신고 문턱을 낮추고 차단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법사금융 신고서식을 구체화해 업자 정보, 추심 피해, 금융거래 내역 등을 명확히 적도록 하고, 신복위도 불법추심에 사용된 전화번호의 이용중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금융당국은 “불법추심이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피해자 곁에서 함께 지원하겠다”며 “불법사금융 피해는 혼자 감당할 문제가 아닌 만큼 금감원 1332, 경찰 112,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등을 통해 즉시 신고·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