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과 전쟁] 불황의 그늘, ‘규제의 역설’ 속 서민 벼랑 끝으로

성북구 거리환경지킴이들이서울 성북구 장위로 인근에서 바닥에 있는 불법사금융업체 광고를 줍고 있다. 뉴시스
성북구 거리환경지킴이들이서울 성북구 장위로 인근에서 바닥에 있는 불법사금융업체 광고를 줍고 있다. 뉴시스 

과거 싱가포르가 불법 대출 폭증으로 금리 규제를 재조정하고 일본이 ‘야미킨(불법사금융)’ 창궐 등의 부작용을 겪었던 해외 정책 사례의 전철을 최근 한국 시장이 그대로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침체 속 인위적인 금리 규제가 합법적인 서민금융 공급망을 마비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제도권 문턱을 넘지 못한 취약계층이 암시장으로 밀려나는 ‘규제의 역설’이 현시점 대한민국에서 고스란히 재현되는 모양새다.

 

한국보다 앞서 시장 왜곡 현상을 마주한 싱가포르의 경우, 저소득층의 부담 완화를 취지로 최고금리를 연 174%에서 연 20%로 인하한 바 있으나 제도권 대출이 전면 축소되고 불법 대출이 폭증하는 극심한 부작용을 겪었다. 결국 싱가포르 정부는 시장 왜곡을 견디지 못하고 2015년 최고금리를 연 48%로 다시 상향 재조정했다. 이는 정책적 금리 인하가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켜 합법적 금융 공급이 끊긴 저신용층 서민들이 고스란히 가혹한 사금융 암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상한선 제한이 서민들을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모는 현상은 일본의 선행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일본은 2010년 대금업법 개정을 과감히 단행하며 당시 연 29.2%에 달하던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전격 인하하고 총량규제를 동시 도입했다. 당시 일본 사회에 만연했던 등록 대금업자들의 과도한 채권 추심 행위와 고금리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달래기 위한 초강수 금융정책이었다.

 

그러나 규제 도입 이후 금융 공급 기반은 빠르게 무너졌다. 도쿄정보대 도모토 히로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최고금리 인하 조치는 시행 후 3년간 현지 경제성장률에 최소 6조엔 규모의 마이너스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도모토 교수는 “최고금리 인하 이전 연 18~28% 금리 구간의 대출 잔액은 8조1000억엔으로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으나, 금리 인하 이후에는 대출 잔액이 1조엔 미만으로 급감했다”며 “이로 인해 서민들의 불법 사금융 이용 증가와 생활 격차 확대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 미쳤다고”설명했다.  

 

고강도 금리 규제가 시행으로 민간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기준이 대폭 상향되면서 합법 자금 공급선이 완전히 마비됐다. 이처럼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합법 업체들이 시장에서 연쇄적으로 철수하면서, 갈 곳을 잃은 취약 차주들은 결국 연 수백 배를 초과하는 고리대금과 개인정보 유포 협박을 일삼는 야미킨 시장으로 대거 밀려났다. 제도권 금융이 품어야 할 영세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되레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사금융의 표적으로 전락한 셈이다.

 

일본 내부에서는 당시 규제 정책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다이라 마사아키 일본 의원은 “과거 일본은 불법 사금융과 일부 대금업자의 불법추심행위에 대한 반감으로 상한금리 규제를 도입했다”며 “이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소액 단기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돼 서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 반면, 폭력단 등 반사회세력만 불법 사금융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활고 문제는 복지정책 확대 등 사회정책 문제로 해결했어야 했는데, 금융정책으로 접근해 오히려 문제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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