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는 역시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이란 해상봉쇄를 복원하고 미국이 상선에 사실상 통행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이란 간 휴전 MOU가 휴지 조각이 됐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에도 재차 빨간 불이 들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이란 해상봉쇄를 되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선박이 이란 항구를 드나들 수 없도록 미군이 다시 막겠다는 것인데 MOU에서 해협 개방이 핵심 조건이었음을 고려하면 원상태로 복귀한 셈이다. 추가 공지 시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한다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13일 발표에 대한 대응으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해협을 통행하는 선박에 대한 안전 제공을 명목으로 모든 선적 화물에 대해 20%의 비율로 비용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이번 전쟁으로 상당한 전비를 지출한 미국으로서는 이런 식으로 비용을 벌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또 다시 원유 수송로가 봉쇄되고 비용까지 새롭게 발생하면서 전 세계 유가와 직결되는 물가도 상승할 수 있다.
실제 이날 국제 유가가 10% 가까이 급등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30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9.6%나 뛰었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83.54달러까지 올라 미·이란 간 종전 MOU 체결 직전인 지난달 16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78.14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9.4% 올랐다.
무엇보다 미국이 통행료를 받겠다는 것은 여러모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통행료가 정확히 어떤 식으로 산정되는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선적 화물의 20%를 부과한다고 하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상선통행에 부과했던 요금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오전 10시로 예고한 대국민 연설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쟁 재개 여부와 또 다른 선택지 중 어떤 게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