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중·고령층이 평균 52.9세에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며,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10년 안팎의 심각한 ‘소득 공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중·고령층 10명 중 7명은 생활비 마련 등을 이유로 평균 73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국민연금연구원의 ‘퇴직 후 중·고령층의 재취업과 일자리 특성 분석’ 보고서(2025년 기준)에 따르면 취업 경험이 있는 중·고령층이 가장 오래 근무한 ‘주된 일자리’를 그만둘 때의 평균 연령은 52.9세로 집계됐다.
현재 대표적인 노후 소득 보장 제도인 국민연금은 출생 연도에 따라 만 61~65세부터 수급이 가능하다. 주된 일자리 퇴직 시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이 끊기는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 기간이 10년 이상 발생하는 셈이다.
중·고령층이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주된 원인으로는 ‘사업 부진’이 28.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건강 악화(18.6%) ▲가족 돌봄(16.0%) ▲조기 퇴직(11.8%) 순이었으며, 제도적 ‘정년 퇴직’ 비율은 9.8%에 불과했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고용 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조기 이탈자가 대부분이라는 방증이다.
이 같은 소득 공백 부담은 높은 재취업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 조사 대상 중·고령층의 69.4%는 “장래에도 계속 근로를 희망한다”고 답했으며, 이들이 원하는 은퇴 연령은 평균 73.4세에 달했다. 일하고 싶은 이유로는 ‘생활비 보탬(54.4%)’이 절반을 넘겼고, 일하는 즐거움(36.1%), 무료함 해소(4.0%), 사회적 기여(3.1%) 등이 뒤를 잇는다.
실제로 퇴직자의 80%는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지 2년 안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특히 구직 성공 확률은 퇴직 후 12개월 이내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만 재취업 시장에서의 양극화와 조건 저하는 과제로 지적된다.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자영업을 했던 이들은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할 때 과거보다 평균 5.2% 낮은 임금을 수용해야 했다.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도 컸다. 과거 100인 이상 기업에서 근무했던 퇴직자는 1~9인 소기업 출신보다 재취업 시 약 10% 더 높은 실질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중·고령층의 기존 근무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교한 일자리 매칭 시스템이 시급하다”며 “퇴직 후 이른 시일 내에 직업 교육과 취업 알선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노동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