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 나는 코스피]'삼전닉스' 레버리지에 뭉칫돈…증시 극단적 변동성 키워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가 사상 첫 1만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두고 극심한 변동성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 대형주 쏠림 현상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결합하면서 주가 상승과 하락이 증폭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쏠림 위에 올라탄 레버리지…상승·하락 모두 키우는 구조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52%에 달했다. 지난해 말 34% 수준이었던 비중이 반년도 채 되지 않아 2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코스피 전체 가치의 절반 이상이 두 종목에 집중되면서 사실상 국내 증시가 반도체 대형주에 의해 움직이는 구조가 형성됐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자금까지 대거 유입되면서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 5월 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의 시가총액은 한 달 반 만에 4조4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급증했고 거래대금도 하루 13조원 안팎까지 늘어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이 확대되지만 반대로 하락 시에는 손실도 두 배로 커진다. 특히 매일 수익률을 재설정하는 구조 때문에 주가가 횡보하거나 등락을 반복할 경우 투자 원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이른바 ‘변동성 잠식’ 위험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품이 장 마감 직전 대규모 리밸런싱 거래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운용사와 유동성공급자(LP)가 종가 부근에서 대량 매매를 반복하게 되고, 이는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을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높은 위험 선호 성향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의 경우 장기 투자 중심의 자금 비중이 높은 반면 국내 시장은 단기 수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상승장에 베팅하는 자금이 레버리지 상품으로 대거 유입됐다.

 

◆당국, 과열 진화 나섰지만…이재명 대통령 “필요한 대응 더 과감하게”

 

금융당국은 시장 과열을 완화하기 위해 보완책을 내놨다. 우선 시장 안정 시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관련 광고를 금지하기로 했다. 투자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기본예탁금 요건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고 최소 거래 단위도 1주에서 20주로 상향 조정한다.

 

보완대책 발표 이후에도 거래는 활발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인버스 포함)의 거래대금은 12조3264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16일 기본예탁금 상향과 거래단위 확대 등을 담은 보완대책을 발표한 이후 첫 거래일이었지만 거래 규모는 발표 당일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은 9조원 초반대로 감소했다.

 

정부는 시장 충격을 고려해 기존 상품을 일괄 퇴출하는 방식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폐지 주장에 대해 밝혔다. 김 실장은 “이미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있고 상품 규모도 10조원 이상 형성돼 있다”며 “상장폐지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자산가치(NAV)와 시장가격 간 괴리율을 줄이고 장 마감 시점의 매매 충격을 완화할 방안 등 추가 보완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신속하게 또 필요한 대응 조치는 더 과감하게 하도록 하라”고 금융당국에 주문했다. 이어 “급상승 국면에서 조정이 나타나는 시점에 제도가 도입되면서 마치 이것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진 것처럼 보이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시장 참여자들은 변동성이 커지고 낙폭이 확대됐다고 느끼고 있는 만큼 보완 대책을 만드는 것도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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