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점포 팔고 빚 갚은 11년… 홈플러스, 회생 마지막 기회

최근 세종시 홈플러스 세종점 시계가 멈춰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1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을 법정 최종기한인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22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영업 재개 등 새로운 계획을 공개했다. 뉴시스
최근 세종시 홈플러스 세종점 시계가 멈춰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1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을 법정 최종기한인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22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영업 재개 등 새로운 계획을 공개했다. 뉴시스

 

 내년 창립 30주년을 앞둔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서 가까스로 시간을 벌었다.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 기한을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하면서다.

 

 홈플러스는 22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이 들어오는 대로 휴업 중인 핵심 점포 67곳의 영업을 재개하고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상품대금과 연체 임대료, 전기·수도 등 유틸리티 비용부터 지급할 예정이지만 대출금 입금과 납품업체 협의가 끝나지 않아 구체적인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사업 구조도 대폭 손본다. 지난 5월 4일부터 휴업에 들어간 비핵심 점포 37곳은 폐점하고 본사와 매장 인력은 최소 수준으로 운영한다. 복층 점포는 매장당 약 1000평 규모의 단층 매장으로 줄이고 식품과 자체브랜드(PB), 판매 회전이 빠른 생필품 중심으로 상품 구성을 재편한다.

 

 또 홈플러스는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기업인 트레이더조와 유사한 방식”이라며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 아래에서 홈플러스의 회생 및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전략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부문은 즉시 영업이 가능한 수도권 16개 점포부터 영업을 시작해, 배송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점차 영업 점포와 배송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위기의 출발점으로는 2015년 MBK파트너스의 인수가 꼽힌다. MBK는 당시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전량을 약 7조2000억원에 사들였고, 이 가운데 약 2조7000억원을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인수 후에는 점포를 팔고 다시 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했다. MBK 인수 이후 매각된 점포는 68곳에 이른다. 감사보고서상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처분한 유형자산은 3조4506억원 규모이며, 업계에서는 전체 자산 현금화 규모가 4조원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점포까지 매각하면서 임차료 부담이 커지고 영업 기반도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세종시 홈플러스 세종점 출입구에 임시 휴첩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1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을 법정 최종기한인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22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영업 재개 등 새로운 계획을 공개했다. 뉴시스
최근 세종시 홈플러스 세종점 출입구에 임시 휴첩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1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을 법정 최종기한인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22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영업 재개 등 새로운 계획을 공개했다. 뉴시스 

 

 2019년 홈플러스 리츠 상장 무산도 재무 부담을 키운 계기로 꼽힌다. 전국 점포 51곳을 기초자산으로 리츠를 상장해 차입금을 줄이려 했지만 투자 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계획을 접었다. 이후 추가 자산 매각이 이어지면서 임대료와 금융비용 부담이 함께 늘었다.

 

 코로나19 확산과 이커머스 성장도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 매출은 2018년 7조6598억원에서 2021년 6조4807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실적은 2021년 1335억원 적자로 돌아선 뒤 2022년 2601억원, 2023년 1994억원, 2024년 3142억원, 2025년 546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경쟁사들이 점포 리뉴얼과 온라인 사업 확대에 나서는 동안 홈플러스는 차입금과 임차료 부담 탓에 투자 여력이 떨어졌다. 결국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지난 5월 하림그룹에 1200억원대에 매각됐다.

 

 MBK와 메리츠금융그룹이 DIP 대출에 합의하고 김병주 MBK 회장이 전액 연대보증을 제공하면서 당장의 파산 가능성은 낮아졌다. 다만 2000억원은 밀린 비용을 정리하고 영업을 재개하기 위한 긴급 자금에 가깝다. 홈플러스는 9월 초까지 대형마트와 온라인 사업, 본사 등 잔존 사업부의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

 

 추가 자산 매각도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9월 지급이 예상되는 대전 유성점과 동광주점 매각대금 1700억원은 선순위 담보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대출금 회수에 우선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에 약 1조2000억원을 빌려주고 전국 62개 점포를 담보로 확보한 상태다.

 

 회생절차는 다시 이어지게 됐지만 생존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핵심 점포 정상화와 비용 절감, 인수자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만큼 남은 기간이 사실상 마지막 회생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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