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 분위기는 뜨거웠다. 애초 예정된 시간(100분)을 훌쩍 넘겨 3시간가량 진행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몇번이나 추가 발언 기회를 부여하며 최대한 많은 참석자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 마이크를 잡은 참석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일반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와 제도 개선 요구가 쏟아져 눈길을 끌었다.
제주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안동성 씨는 지방과 수도권의 시장 상황이 다름을 고려해 금융·세제 정책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스트레스 DSR이 수도권과 지방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조정대상 지역과 지방을 구분해 지방은 DSR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사례를 찾아보고 정책 효율성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핀셋형으로 상황에 맞춰서 많이 정책을 세분화가 필요가 있다”고 수긍했다.
최근 일률적 대출 규제 과정에서 실수요자가 겪는 고충을 토로한 참석자도 있었다. 경기 수원 아파트 입주 예정자 황정미 씨는 “2년 전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을 받았는데 최근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른 은행별 대출 한도 축소로 잔금대출을 아예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입주를 앞둔 많은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황 씨는 “투기 수요 억제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미 2년 전에 계약을 마친 실수요자들에 대해서는 잔금대출 규제를 예외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이런 지적이 꽤 있다. 이미 (분양이) 확정된 사안인데 사후적으로 정책이 바뀌면 어떻게 하느냐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상처 입는 사람이 최소화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언급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하는데 개별 은행당위에서 더 자체적으로 죄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며 “그 부분은 협의해서 더 점검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지방국립대생 이지우 씨는 “서울에 부모 집이 있는 청년과 지방에서 올라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은 출발선부터 다르다”며 “불로소득을 억제하고 여기서 확보된 재원을 지방 인프라와 주거복지로 선순환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지방 청년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과 함께 지방국립대에 대한 집중 투자를 건의했다.
유튜브 ‘광수네복덕방’을 운영하는 이광수 대표는 대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역설해 주목받았다. 그는 “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대출규제가 시행되면 신규 대출자에게만 이뤄지고 있는데 기 대출자에 대해서도 규제를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어 “왜 무주택자나 청년만 대출규제를 적용받아야 하냐”며 “공정한 대출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지금 부모세대, 기성세대는 이미 다 성장의 기회 과실을 누렸는데 청년은 새로 진입하기가 어렵다”며 “정책당국자는 핀셋형으로 구멍이 없게 하고 이를 활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 틈새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