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배송이 유통업계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대형 물류거점 구축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발생한 쿠팡 인천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대형 물류시설의 특성을 반영한 방재 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주요 물류·유통기업은 전국 물류 거점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을 실시하며 화재 예방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와 이마트·롯데마트·SSG닷컴 등 국내 주요 물류·유통기업들은 최근 전국 거점 사업장을 점검하며 안전 관리 강화에 나섰다.
이들 업체는 정기 점검과 함께 물류센터 내 화재 예방부터 초기 대응, 사후 복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설비와 적재 상품이 밀집한 물류센터의 구조적 특징상 한 번 불이 나면 피해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로 확인된 만큼, 선제적으로 점검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 역시 2021년 6월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덕평 물류센터 화재 이후 인공지능(AI) 화재감지 시스템과 열화상카메라 등 안전 설비 투자를 확대했지만,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
쿠팡 인천∙덕평 물류센터의 공통점은 모두 종이상자를 비롯한 가연물이 대량 적재된 탓에 빠르게 불길이 번져 현장 접근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재 공간을 늘리기 위해 건물 내부에 중간층을 둔 메자닌(복층) 구조를 채택한 것이 동선을 복잡하게 만들어 진화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메자닌 구조는 층고가 높은 창고 내부를 여러 층으로 나눠 적재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세계 물류∙유통기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메자닌 물류센터 수가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정부 통계는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메자닌 구조는 물류시설법에 따른 물류창고업 등록 대상 필수 항목이 아니어서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기재하지 않으면 정부가 이를 별도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2024년부터 물류창고 화재 특성을 반영해 강화된 창고시설 화재안전기준(NFTC 609)이 마련됐지만, 쿠팡 인천 물류센터는 2020년 건축허가를 받아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화된 기준안은 일반형보다 방수량이 많은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선반형 창고는 선반 높이 3m 이하마다 스프링클러 헤드를 추가 설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쿠팡 화재를 계기로 개별 기업의 안전 설비를 넘어 대형 물류센터 전반의 건물 구조적 위험 요인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방청의 ‘2025년도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는 총 20건으로, 해당 기간 전체 대형화재 중 26%를 차지한다.
국토교통부는 행정안전부, 소방청, 건설기준연구원, 민간 전문가, 물류업계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물류시설 화재 안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물류시설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