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최한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다주택 여부 중심의 과세 체계를 주택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고, 대출 자원 과다 사용 시 부담금을 부과하는 파격적인 금융 규제 도입 등도 검토해야한다고 제안했다.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세제와 금융, 공급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잇따랐다.
먼저 세제 분야 발제자로 나선 강성훈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는 현행 종합부동산세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보유세 체계의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현행 종부세에 대해 “1세대 1주택자는 공시가격 12억원, 다주택자는 공시가격 합산액 9억원을 초과할 때 부과되며, 과세표준은 기본공제를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곱해 산출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교수는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단순한 주택 보유 수가 아니라 주택 합산 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의 적정성 평가, 기준 마련, 세액공제 시 실제 거주 여부 반영 등 구체적 과제도 제시했다. 양도소득세와 관련해서는 “비거주 주택에 대한 세 부담 적정성을 검토하는 한편, 양도세 부담으로 인한 ‘매물 잠김(동결 효과)’을 최소화해 보유세 강화와 유기적인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 분야에서는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실수요자 보호와 가계부채 관리의 선순환을 위한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김 연구위원은 “청년층 지원 프로그램을 임차와 매매 수요로 분리해 재설계하고 실수요 선별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세대출에 대해 “엄격한 실수요 요건을 적용해 점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며 “다주택자 및 비거주 임대인에 대해서는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기존의 양적 대출 규제를 보완할 패러다임 전환으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제도 도입을 강조했다. 이는 대출 자원을 과도하게 활용하는 차주에게 거시건전성 관리에 필요한 부담금을 직접 부과하고, 이렇게 확보한 재원을 주거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하는 구상이다.
현 정부 공급 대책에 대한 보완 요구도 이어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시장 흐름이 월세·전세·매매 모두 오르는 트리플 강세인데 이는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고 원장은 택지 부족과 3기 신도시 사업 지연, 공사비 급등 문제를 공급 정상화의 걸림돌로 꼽으며 “단기적으로는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고, 도심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촉구했다.
이밖에도 토론회장에는 시민 참가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부동산 정책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강제 철거로 인한 이주민 문제, 민간 임대를 위한 제도 개선, 도심 내 비거주·유휴용지 개발, 지방 적용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등이 제기됐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