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조 매도 폭탄’ 우려 무색…국민연금, 급락장서 오히려 순매수

올해 초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을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올해 초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을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달 국내 주식 리밸런싱(자산비중 재조정)을 재개한 국민연금이 대규모 매물을 쏟아낼 것이라는 시장 우려와 달리 오히려 순매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코스피 급락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자연스럽게 낮아진 데다 낙폭이 큰 반도체·금융주 등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기금 등은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684억원을 순매수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올해 들어 처음 순매수다.

 

연기금 등은 올해 들어 1월 1조8911억원, 2월 6816억원, 3월 7648억원, 4월 8961억원, 5월 2조1617억원, 6월 2조337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상반기 내내 매달 매도 우위가 이어졌지만 이달 들어 분위기가 달라진 셈이다.

 

특히 이달 순매도 거래일은 6거래일에 그쳤다. 남은 거래일에 다시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은 있지만 상반기처럼 대규모 매도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부터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유예가 종료되면서 대규모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월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 이탈에 따른 기계적인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이후 5월 국내 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올리고 SAA 허용범위도 확대했다. 

 

일각에서는 리밸런싱 재개로 최대 74조원 규모의 매도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달 초 “74조원 매도 폭탄은 터무니없다”며 “리밸런싱은 단기간 대규모 매도가 아니라 시장 상황과 다른 자산의 수익률, 금리·환율 등을 함께 고려해 정교하게 이뤄진다”고 반박한 바 있다. 

 

실제 최근 증시 급락은 오히려 매도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스피가 이달 초 8400선에서 최근 6700선까지 약 20% 하락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도 함께 줄었기 때문이다. 목표비중을 초과해 주식을 팔아야 할 필요성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연기금은 낙폭이 큰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섰다. 이달 순매수 1위 종목은 SK하이닉스로 425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SK이노베이션 2247억원, S-OIL 1744억원, DB손해보험 1094억원, 셀트리온 953억원, 대한항공 89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SK스퀘어는 5757억원 순매도해 가장 많이 팔았다. 삼성전기 3136억원, 삼성생명 1238억원, 삼성전자 1115억원, LG이노텍 1119억원 등도 순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향후 국민연금의 매매 방향은 증시 흐름에 따라 다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주가가 빠르게 반등해 국내 주식 비중이 다시 목표 범위를 웃돌 경우 리밸런싱에 따른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도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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