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국내 증시는 중동지역 긴장감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흐름과 거대 기술기업들의 분기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도 조만간 시행을 앞두고 있어 증시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려있다.
◆알파벳 호실적에도 코스피 2% 가까이 하락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1.91% 빠진 6690.62로 한 주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3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상향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지수가 크게 뛰었다. 하지만 다시 격화한 미∙이란 무력 충돌에 유가가 급등하고, 빅테크들의 AI 투자 부담 우려 등이 겹치며 주 마지막 거래일인 24일 시장은 다시 크게 흔들렸다.
알파벳이 호실적에도 대규모 AI 설비 투자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탓에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는데, 대규모 AI 설비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현금만 소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 걸로 풀이된다.
이에 이번주 나오는 주요 빅테크들의 실적은 AI 투자 확대 계획과 맞물린 현금흐름 악화 우려를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우선 국내에선 오는 29일 SK하이닉스의 잠정 실적 발표, 30일 삼성전자의 콘퍼런스콜을 통해 반도체 업황과 가이던스, 주주환원 등에 대한 궁금증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외적으론 오는 30일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31일 애플,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들이 분기 성적표를 공개한다.
메타는 이달 초 잉여 컴퓨팅 자원의 외부 임대 계획이 외부로 알려지며 글로벌 반도체주 조정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 발표가 더 주목된다.
◆기술주 반등의 관건은 현금흐름과 이자비용 방어
알파벳 사례에서도 그랬듯이 시장이 확인하고 싶은 건 단순한 실적 자체가 아니다. 호실적은 당연할뿐만 아니라 AI 투자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의구심은 생각보다 복잡해 주가 향방을 점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AI 투자를 줄이는 방향에는 당장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AI 투자를 늘리는 언급이 나온다면 과도한 지출 우려가 따라붙을 수 있다.
다만 알파벳이 실적 발표에서 분명히 보여준 건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하더라도 AI 투자를 쉽게 멈출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에 향후 빅테크 실적 발표에선 AI 매출 증가율보다 잉여현금흐름과 이자비용 부담을 얼마나 잘 방어하는지가 기술주 반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시행 초읽기…변동성 잡힐까
한편 오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강화한 조치가 시행에 들어간다. 예탁금 상향 카드가 레버리지 투자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지를 놓고선 업계에서도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아울러 미∙이란 무력 충돌에 다시 뛴 유가도 이번 주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의 추가 상승은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키우는 바, 결국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고 판단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