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자금사정 악화…기업은행 “내년도 경영상황 부진 전망”

IBK기업은행 전경
IBK기업은행 전경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은 가운데 판매대금 회수는 늦어지고 구매대금 지급기한은 짧아지면서 기업들의 운전자금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30일 IBK기업은행의 ‘2026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이 체감한 경영 상황은 ‘부진’이 33.0%로 '호전'(18.0%)을 크게 웃돌았다. 이번 조사는 기업통계등록부 기준 매출액 5억원을 초과하는 중소기업 4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들은 올해 하반기 경영 상황에 대해서는 72.8%가 전년과 ‘동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 ‘부진’ 전망 비중은 25.7%로 올해(14.8%) 대비 10.9%포인트 확대되며 경영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큰 폭의 경기 악화를 예상하지는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경영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실제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외부자금 조달 사정이 ‘원활했다’고 답한 중소기업 비중은 17.5%로 전년보다 5.3%포인트 감소했다. 여기에 판매대금 회수 기간은 길어진 반면 구매대급 지급기한은 짧아지면서 영업과정에서 필요한 운전자금 부담도 커졌다.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현금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금융기관을 통한 단기 자금조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환율 역시 중소기업의 유동성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정부가 이달 초 내놓은 중소기업 지원대책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439.0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530.1원, 6월 말 1549.4원으로 상승했다. 관련 조사에서는 응답 중소기업의 62.7%가 고환율 피해 수준을 ‘심각’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평가했고, 원부자재 수입비 증가를 애로 요인으로 꼽은 기업은 71.2%에 달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도 중소기업의 자금줄을 보강하고 있다. 정부는 고환율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14조9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존 정책금융의 잔여 지원 여력 13조8000억원에 신규 자금 1조1000억원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정책자금 대출에 대해서는 상환유예와 만기연장도 지원한다. 

 

기업은행도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참여한다.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한 ‘원자재가격 부담완화 지원대출’ 2000억원을 공급하면서 최대 1.3%포인트의 금리 우대를 제공한다. 이밖에 수출입기업 유동성 지원자금 5000억원, 중동 상황 피해기업 특별자금 3000억원, 공급망 결제성여신지원 프로그램 4000억원 등도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 금융의 초점도 단순한 대출 확대에서 ‘유동성 방어’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원자재가격과 환율 부담, 매출채권 회수 지연이 동시에 나타나는 만큼 필요한 시점에 운전자금을 공급하고 기존 대출의 상환 부담을 낮추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중소기업의 경영 애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맞춤형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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