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출퇴근 때마다 넣는 기름값과 주말 장보기 비용이 지난달보다 다소 줄었다고 느꼈다. A씨는 “비싸서 구매하기 망설였던 수박 등 일부 농산물이 이전보다 소폭 가격이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휴가를 앞두고 예약한 항공권과 여행상품 가격은 여전히 높아 여름휴가 비용 부담까지 줄었다고 체감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중동전쟁 이후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하락한 데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세가 둔화한 영향이다. 농산물 출하량 증가와 할인 지원도 물가 상승 폭을 낮췄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2026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77(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올랐다. 전월보다는 0.2%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2.2%에서 4월 2.6%, 5월 3.1%, 6월 3.2%로 높아졌다가 지난달 0.4%포인트 낮아졌다. 5월부터 두 달 연속 이어졌던 3%대 상승 흐름도 멈췄다.
물가 상승세 둔화에는 석유류 가격의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5% 올라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6월의 24.7%보다는 오름폭이 크게 축소됐다.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도 같은 기간 0.93%포인트에서 0.60%포인트로 낮아졌다.
품목별로는 경유 상승률이 6월 33.7%에서 지난달 21.5%로 떨어졌고, 휘발유도 23.1%에서 12.6%로 둔화했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안정된 가운데 정부가 운영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 효과가 반영됐다는 게 국가데이터처의 설명이다.
재정경제부는 최고가격제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약 0.3%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산했다. 제도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에 달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도 일부 완화됐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9% 올라 6월의 3.2%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이 가운데 농산물 가격은 2.2% 하락했다. 배추 가격이 18.4% 내렸고 시금치와 호박은 각각 21.3%, 15.9% 떨어졌다. 수박(-11.1%), 오이(-13.8%), 무(-10.8%) 등 여름철 채소·과일 가격도 하락했다.
반면 일부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은 상승세가 이어졌다. 수입쇠고기는 8.7%, 쌀은 7.9%, 달걀은 7.5% 올랐다. 국산쇠고기와 고등어도 각각 5.7%, 7.0% 상승했다.
한국은행도 물가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기조적인 물가 압력은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날 이지호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7월 소비자물가 흐름과 향후 전망을 점검했다.
이 부총재보는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최고가격 인하로 크게 낮아지고 농축수산물도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등에 힘입어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로 내려왔다”고 밝혔다.
다만 근원물가는 전월 2.5%에서 2.6%로 소폭 상승했다. 항공료와 여행비 등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간 가운데 비용 충격이 IT 기기와 전기자동차 등 내구재 가격으로 전이된 영향이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지속하는 한편 축수산물 할인 지원과 수입·공급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추석을 앞둔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기 위한 ‘추석 민생안정대책’도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