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려나 보다, 무릎이 쑤시는 걸 보니."
어르신들의 이 말은 단순한 경험담이 아니다. 기압과 습도의 변화가 실제로 관절 통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은, 최근 여러 의학적 설명을 통해 꾸준히 뒷받침되고 있다.
비가 오기 전이나 흐린 날에는 대기압이 낮아진다. 우리 몸은 평소 외부 기압과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관절 내부 조직이 상대적으로 미세하게 팽창한다. 특히 관절을 둘러싼 관절낭과 인대 주변의 신경이 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뻐근함이나 통증으로 이어진다. 동부제일병원 정형외과 유희성 과장은 "이미 관절에 염증이나 손상이 있는 분일수록 이런 압력 변화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습도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이중고가 된다. 습도가 높아지면 관절을 부드럽게 움직이게 하는 활액과 주변 조직의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장마철 특유의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는 근육을 긴장시켜 관절 주변 혈액순환을 떨어뜨린다. 혈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조직은 뻣뻣해지고 통증에 대한 민감도도 함께 올라간다. 습한 날 유독 몸이 무겁고 관절이 굳은 듯한 느낌이 드는 데에는 이런 복합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문제는 이 통증을 무조건 '날씨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날씨가 개면 가라앉는 일시적인 불편함과 달리, 통증이 며칠 이상 계속되거나 특정 관절이 붓고 열감이 느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희성 과장은 "날씨가 없던 병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진행되던 관절 질환을 겉으로 끌어내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복되는 통증은 퇴행성 관절염이나 연골 손상 같은 구조적 문제가 이미 시작됐다는 몸의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원인은 어떻게 확인할까. 관절 통증의 정체는 눈으로만 판단하기 어렵다. 뼈의 간격이 좁아졌는지, 관절에 변형이 왔는지는 X-ray 검사로 비교적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X-ray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연골, 인대, 반월상 연골판 같은 연부 조직의 손상까지 살피려면 MRI 검사가 필요하다. 유 과장은 "통증의 원인과 진행 정도를 정확히 알아야 그에 맞는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며 "반복되거나 오래가는 통증이라면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반드시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장년층은 관절 통증을 나이 탓으로 여기고 참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희성 동부제일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날씨에 따라 관절 통증이 반복된다면 한 번쯤 정밀 검사로 관절 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며 "조기에 원인을 파악할수록 관절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