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新풍속도…새벽 오픈런에 광클·꿀팁 공유도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 모습. 뉴시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 모습. 뉴시스

 

 

#새벽 5시 반에 눈을 뜬 A(40)씨는 서버시계를 보며 정각 6시에 대출 버튼을 연타했다. 오는 9월 아파트 잔금 납입을 앞둔 그는 “연초엔 문제없다더니 시중은행 창구가 다 막혔다”며 일주일째 인터넷은행 ‘대출 오픈런’에 나선 심정을 토로했다.

 

#10월 입주 예정인 B(33)씨는 연차까지 쓰고 오전 8시 반부터 은행 앞에 줄을 섰다. 하지만 셔터가 열리자마자 하루 한도 초과로 거절당했다. 그는 출근하는 아내와 역할을 나눠 매일 비대면 앱 접속과 은행 방문을 병행 중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C(46)씨는 임대료 마련을 위해 비대면 대출을 신청하려 했으나 수천명의 대기자에 튕기기 일쑤였다. 결국 온 가족이 스마트폰 4대를 동원해 정각 광클을 한 끝에야 겨우 한도를 확보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 여파로 시중은행 문턱이 높아졌다. 대출 수요가 인터넷전문은행과 제2금융권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금융시장에는 기이한 ‘선착순 대출’ 풍속도까지 펼쳐지고 있다. 

 

◆“06시 00분 00초 정각 클릭하세요”… 커뮤니티엔 ‘오픈런 꿀팁’ 성행

 

12일 금융권 및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승인을 받기 위한 ‘대출 오픈런 팁’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커뮤니티 회원들이 작성한 지침에 따르면 ▲오전 6시 접수 개시 10~15분 전 사전 접속 및 기본 정보 입력 ▲네이비즘 등 서버시계 사이트를 활용한 정확한 정각 클릭 ▲모바일·PC 동시 접속을 통한 통신 지연 최소화 등이 핵심 성공 수칙으로 꼽힌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일일 대출 한도를 설정하면서 접수 개시 불과 10분 안팎에 하루 한도가 모두 소진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자금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대출 절벽에 대비해 미리 신용대출을 최대한도로 받아두는 ‘대출 포모(FOMO·소외 공포)’ 현상까지 나왔다. 특히 결혼을 앞두거나 첫 내 집 마련에 나선 30대와 40대 초반 사이에서는 “대출이 막혀 내 집 마련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5대 은행 연간 목표 1조 초과…5년 만에 되풀이된 ‘총량제 공포’

 

이 같은 대출 대란의 근본 원인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규제 강화에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일 기준 650조376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5조4005억원 증가한 수치로, 올해 은행권 연간 관리 목표치인 4조3300억원을 이미 1조원 초과했다.

 

전 금융권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가 1.5% 수준으로 강하게 통제되면서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제한, 비대면 대출 중단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2021년 부동산 가격 폭등 당시 추진됐던 가계부채 총량 관리 당시의 ‘대출 절벽’이 5년 만에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주의 소득이나 신용도가 아닌 ‘대출 신청 시점’에 따라 잔금 마련 여부가 갈리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소득 대신 선착순으로 대출 결정”…상환능력 중심 전환 시급

 

차주의 상환 능력이 동일함에도 연초에 신청하면 승인되고 하반기에는 거절되는 구조는 금융 행정의 예측 가능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총량 관리가 시장을 왜곡하고 진짜 실수요자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경고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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