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의 빠른 확산이 노동시장에 본격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가운데, 청년층 일자리가 인공지능 노출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18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2년 6월~2026년 6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28만5000개 감소했으며, 이 중 94.0%에 달하는 26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됐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취업자는 23만개 증가했고 이 가운데 17만3000개(75.2%)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늘어나, 동일 산업 내에서도 시니어 고용은 유지·증가하고 주니어 고용은 감소하는 ‘연공편향 기술변화’가 뚜렷해졌다. 국내 신규채용 중 청년층 비중 역시 2014~2019년 평균 36.9%에서 2024~2026년 평균 29.3%로 급락했다.
세부 업종별로는 정보서비스업(-31.4%), 출판업(-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16.6%), 전문서비스업(-11.6%) 등 AI 노출도가 높은 지식서비스업에서 청년 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AI 활용 방식에 따른 고용 영향은 상이했다. 이용자가 과업 수행을 AI에 위임하는 ‘자동화(automation)’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고용 감소 폭이 컸던 반면, 인간의 업무를 보조·검증하는 ‘증강(augmentation)’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청년 일자리 감소세가 완만하게 나타났다.
실업 측면에서도 인지적 업무 비중이 커 AI 노출 가능성이 높은 고학력 청년층의 여건이 상대적으로 악화됐다. 2022년 11월 챗지피티(ChatGPT) 출시 이후 대졸 청년층의 평균 실업률은 7.0%로 전문대졸 이하 청년층(5.4%)보다 1.6%포인트 높았다. 추가 취업 희망자를 포함한 확장실업률 역시 대졸 청년층이 9.4%로 전문대졸 이하(8.5%)를 웃돌았다. 아울러 AI 고노출 업종의 월평균 청년 고용 유입량은 팬데믹 이전(2016~2019년) 32만6000명에서 최근 4년간 29만1000명으로 감소한 반면, 월평균 유출량은 3700명에서 4900명으로 약 32% 증가해 단순한 채용 축소를 넘어 기존 청년 근로자의 이탈과 실업 유입도 가속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보고서는 이러한 부진을 AI만의 직접적 효과로 단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팬데믹 시기 과잉채용의 정상화, 수시·경력직 채용 선호,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비공식 현장 교육 약화 및 업무 모듈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즉, AI는 청년고용 위축의 유일한 원인이라기보다 기존 채용·업무방식의 변화를 증폭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고용연구팀은 개별 기업의 초급 일자리 축소가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숙련인력 공급을 저해하는 ‘인재 파이프라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정책 대응은 단순한 초급 일자리 보전이나 인원수 기준의 채용보조금 지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니어 멘토링 비용과 현장 훈련을 포괄 지원하는 ‘경력 형성 지원금’을 도입하고, 기술투자와 인적자본 투자 간 세제 혜택의 불균형을 점검하여 청년이 AI와 협업하며 숙련을 쌓을 수 있는 ‘경력 사다리 재설계’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