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줄었지만…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새판짜기 분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국내 가상자산 거래가 위축되면서 주요 거래소들의 상반기 실적이 주춤한 가운데 업계의 새판짜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결합을 추진하고 있고 빗썸은 기업공개(IPO)에 다시 도전한다. 코인원은 전통 금융과의 접점을 넓히는 한편 코빗과 고팍스도 각각 미래에셋그룹 편입과 경영 정상화를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금융으로 빠르게 편입되는 과정에서 거래소 간 경쟁의 무게중심도 자본력과 금융사 협업, 내부통제와 사업 다각화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두나무, 상반기 실적 감소…네이버파이낸셜 결합은 연말로

 

2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408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9.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15억원으로 79.7%, 당기순이익은 1084억원으로 74.1% 줄었다. 2분기 매출은 1735억원, 영업이익은 2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3%, 84.6% 감소했다. 두나무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의 유동성 축소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두나무의 가장 큰 경영 현안은 네이버파이낸셜과 추진하고 있는 포괄적 주식교환이다. 양사의 주식교환 일정은 관계 당국의 심사가 이어지면서 두 차례 미뤄졌다. 네이버는 지난달 주식교환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예정일을 기존 8월 18일에서 11월 19일로, 주식교환 예정일은 9월 30일에서 12월 31일로 각각 변경했다. 당초 6월 말로 예상됐던 결합 완료 시점이 연말까지 늦춰진 셈이다.

 

두나무가 2018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업비트 D 컨퍼런스(UDC)’는 올해 별도로 열리지 않는다. 대신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6)를 후원하는 등 다른 형태의 생태계 활동을 이어간다. UDC는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개최됐다.

 

신사업 확대도 진행 중이다. 두나무는 이달 경찰청의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외부와 격리된 콜드월렛과 24시간 실시간 관제 시스템 등을 활용해 압수 디지털자산을 보관·관리할 예정이다. 두나무는 “민관 협력을 통해 국가 압수물 관리의 신뢰성과 치안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빗썸, 실적 악화에도 2028년 IPO 재도전 본격화

 

빗썸도 거래대금 감소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8.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49억원으로 83.4% 줄었다. 당기순손익은 지난해 상반기 550억원 흑자에서 올해 1087억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가상자산 처분손실 734억원과 평가손실 72억원 등이 반영됐다. 다만 2분기 영업이익은 121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다.

 

시장 침체 속에서도 빗썸은 기업공개(IPO) 도전을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빗썸은 최근 “2028년 IPO를 목표로 단계별 상장 준비를 본격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해 내부통제 체계를 보완하고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전환을 준비한 뒤 2027년 상장예비심사 청구 등을 거쳐 2028년 증시 입성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IPO를 단순한 자금 조달보다 회사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올해 초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이후에는 고객자산 보호와 내부통제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빗썸은 당시 오지급 비트코인의 99.7%를 사고 당일 회수하고 이미 매도된 0.3%인 1788BTC에 대해서는 회사 보유 자산을 투입해 고객 예치자산과 보유자산 간 정합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서비스와 보안 분야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최초로 음성인식(STT) 기반 상담지원 서비스를 도입했고, ‘AI 공급망 공격’ 예방 가이드를 공개했다. 빗썸은 시장 침체 속에서도 서비스 차별화와 규제 대응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

 

◆코인원, 카카오뱅크와 1년 더…“코인을 넘어 금융으로”

 

코인원은 카카오뱅크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제휴 재계약을 완료했다. 계약기간은 내년 8월까지 1년 연장됐으며, 계약기간 변경에 따른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변경신고 수리도 마쳤다. 양사는 2022년 첫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이후 협력 관계를 이어가게 됐다.

 

코인원은 올해 한국투자증권과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OKX를 새 주주로 맞은 뒤 종합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하반기 브랜드 캠페인인 ‘코인을 넘어 금융으로’​다. 코인원은 연말까지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한국투자증권·OKX와의 협력을 ‘금융 혁신 연합’으로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전략을 실제 서비스로 연결하고 있다. 코인원 앱에서 한국투자증권 웹트레이딩시스템(WTS)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주식투자 바로가기’를 도입했으며, 지난 18일에는 해당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오는 9월부터는 스마트 트레이딩 서비스 ‘AI 그리드’와 커뮤니티 서비스 등을 주제로 후속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코빗→디지털엑스…미래에셋, 인수 직후 500억원 추가 투입

 

코빗은 미래에셋그룹 편입을 계기로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코빗 운영사 주식회사 코빗은 지난 11일 법인명을 ‘디지털엑스(Digital X)’​로 변경했다. 다만 당분간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명 ‘코빗’은 유지한다. 앱과 홈페이지 주소, 회원 계정과 보유자산, 거래내역 등 이용자 정보도 그대로 유지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지분 총 97.15%를 확보할 예정으로 사실상 완전 자회사에 가까운 지배력을 갖게 됐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까지 마무리되면서 미래에셋그룹 편입 작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사명 변경 직후 대규모 자본 확충도 결정됐다. 디지털엑스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5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보통주 1007만8614주를 주당 4961원에 발행하며 신주는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컨설팅이 전량 인수한다. 납입 예정일은 오는 27일이다. 미래에셋 편입과 사명 변경 이후 첫 대규모 자금 투입이라는 점에서 향후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을 어떻게 연결할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고팍스, 김나영 신임 대표 선임…고파이·경영 정상화 최우선

 

고팍스는 지난달 김나영 전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금융사업개발부문 총괄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MBA를 취득한 국제재무분석사(CFA)로 블룸버그 한국 대표를 지냈으며, 한국투자공사(KIC)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새 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장기간 미해결 상태인 ‘고파이(GoFi)’ 문제다. 고파이는 고팍스가 이용자 가상자산을 해외 운용사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에 맡겨 운용한 상품으로, 2022년 FTX 사태 여파로 제네시스의 자금 인출이 중단되면서 상환 문제가 발생했다.

 

김 대표는 취임 당시 “고파이 자금 상환과 경영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라며 “가장 먼저 고파이 고객들의 미상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등 현안과 관련해 내부통제와 투명경영을 강화하고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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