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노리다 피로감만”…레버리지 떠난 개미들의 선택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 촉구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 촉구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
 

직장인 이모(34)씨는 최근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를 전량 정리했다. 올해 초만 해도 고수익을 기대하며 단기 매매를 이어갔지만, 급격한 변동성에 피로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하루에도 계좌가 수백만 원씩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버티기 힘들었다”며 “수익률이 조금 낮더라도 원금을 최대한 지키면서 매달 배당이 들어오거나 안정적인 상품 위주로 계좌를 바꿨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 강화와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이 맞물리며 ETF 시장의 자금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던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전체 ETF 거래대금이 반토막 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하는 커버드콜과 하방 변동성이 비교적 덜한 미국 대표지수 상품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규제 족쇄에 거래대금 ‘반토막’…단일 레버리지 급랭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국내 ETF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43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33조2909억원) 대비 47.6% 급감한 수치다. 지난 4월 16조5359억원 수준이던 거래대금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열풍에 힘입어 5월 30조4181억원, 6월 38조797억원까지 치솟았으나 불과 석달 만에 급랭했다.

 

이 같은 거래 급감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과열을 식히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개인별 투자 한도를 총투자금의 20%로 묶는 긴급 규제를 시행했다. 아울러 사전 교육 이수 의무화와 증권사의 괴리율 관리 책임까지 강화하는 등 규제 수위를 대폭 높였다.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 역시 투자자들의 이탈을 가속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횟수는 총 49회다. 매수사이드카가 24회, 매도사이드카가 25회에 달하며, 특히 이 중 절반 가까이가 7~8월에 집중됐다.

 

특히 지난달에는 국내 양대 시장에 시장 안정화 조치인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되는 등 전례 없는 불안 장세가 연출됐다.

 

글로벌 주요국 지수와 비교해도 국내 증시의 충격은 유독 컸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는 22.19% 급락하며 글로벌 주요 지수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8.14%)와 대만 자취엔(-6.52%)은 물론, 미국 나스닥(-3.20%) 및 S&P500(-0.13%) 지수의 하락률을 크게 웃돌며 저조한 흐름을 보였다.

 

◆롤러코스피 피해 美지수·커버드콜로 피신

 

증시 변동성 심화로 고위험 상품에 대한 수요가 둔화하면서 개인 자금의 이동이 나타났다. 특히 시세차익보다는 하방 방어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하는 상품으로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실제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 ETF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5개가 미국 대표지수 추종 상품, 4개가 커버드콜 ETF로 채워졌다.

 

순매수 1위는 1253억원이 몰린 ‘TIGER 미국S&P500’이었으며, ‘KODEX 200커버드콜액티브’(969억원),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753억원), ‘KODEX 미국나스닥100’(716억 원), ‘KODEX 미국 S&P500’(686억원)이 뒤를 이었다.

 

미국 대표지수 ETF는 최근 단기 조정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음에도 장기 우상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한달 누적으로도 ‘TIGER 미국S&P500’(6417억원)과 ‘KODEX 미국나스닥100’(4365억원)에 1조원이 넘는 개인 순매수세가 유입됐다. 주가 하락폭을 일부 방어하고 정기적인 분배금을 안겨주는 커버드콜 ETF 역시 불확실한 장세 속 주요 피난처로 안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