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장기 국채금리 상승은 국내 채권금리와 대출금리를 밀어 올리고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가계 빚이 2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고금리까지 장기화할 경우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동시에 위축되면서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국채금리 상승 여파 국내로…시장금리·환율·물가 부담 확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미 30년물 국채금리는 4bp(1bp=0.01%포인트) 이상 하락한 5.23%, 10년물 금리는 3bp 이상 내린 4.70% 수준을 나타냈다.
앞서 18일 30년물 미 국채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이튿날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 발표로 금리가 하락하며 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됐다.
다만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중동발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요국의 재정적자 확대, 국채·회사채 발행 증가에 따른 수급 부담이 맞물리면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 국채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만큼 금리가 뛰면 다른 나라의 채권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전이된다. 실제 최근 글로벌 국채금리 급등 과정에서 국내 장기 국고채도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부터 국내 국고채 시장에서는 단기물보다 초장기물 금리가 두드러지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은 곧 가계와 기업의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은행의 대출금리와 회사채 금리 등이 국고채·은행채 등 시장금리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달러 강세와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고환율은 다시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물가와 금리를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 역시 이미 높은 환율이 물가 불안을 자극하는 경로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높은 환율 수준이 수입물가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은은 올해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0%를 기록한 배경으로 국제유가 급등과 고환율 지속 등을 꼽았다.
이미 막대한 가계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은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5조9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891조3000억원으로 24조9000억원 증가했고 판매신용은 128조5000억원으로 9000억원 늘었다.
가계신용은 2024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말 1979조1000억원이던 가계신용은 올해 1분기 1993조9000억원으로 불어난 뒤 2분기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취약차주·한계기업 직격탄 우려…금통위 결정에 시선
가계 빚이 불어난 상황에서 시장금리까지 오르면 충격은 취약차주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한은 금통위에서도 이런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지난달 회의에서 일부 금통위원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아질 경우 향후 금리 상승 때 가계의 이자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평균적인 차주의 상환부담보다 취약차주와 한계기업이 받는 충격에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장의 시선은 오는 27일 한은 금통위로 향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금통위원들은 물가 상방 압력과 높은 환율,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을 추가 긴축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정부도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해 취약차주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소상공인과 개인의 채무조정을 활성화하는 한편 중소기업과 서민·취약차주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