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A씨는 최근 점심값 부담을 부쩍 체감하고 있다. 한 끼를 간단히 해결하려고 찾던 김밥도 한 줄에 4000원 안팎까지 오르면서 음료나 다른 메뉴를 곁들이면 1만원 가까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A씨는 “예전에는 외식비를 아끼려고 분식집을 찾았는데 요즘에는 이런 메뉴가 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점심 메뉴를 고를 때 가격부터 보게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올 하반기에도 외식 물가의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가계의 체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름철 대표 메뉴인 삼계탕과 냉면은 물론 대표적인 서민 음식 메뉴인 김밥 가격까지 잇따라 오르고 있다. 폭염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 상승에 인건비와 임대료 등 누적된 비용 부담이 더해진 영향이다. 물가 부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소비심리까지 다시 위축되면서 가계의 씀씀이도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지역 냉면 평균 가격은 1만2615원에서 1만2692원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1만2500원이었던 냉면 가격은 올해 1월 1만2538원, 4월 1만2615원에 이어 7월까지 세 차례 올랐다.
유명 평양냉면 전문점의 가격 인상도 이어졌다. 우래옥은 지난 4월 냉면 한 그릇 가격을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2000원 올렸다. 여름철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한우 양지 등 육수용 식재료 가격과 인건비·임대료·가스비 등 운영비가 함께 오른 영향이다.
또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3723원에서 올해 1월 38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6월 3838원, 7월 3869원으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오른 데다 최근 두 달 연속 가격이 뛰었다.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도 7월 서울 평균 가격이 1만8154원에서 1만8192원으로 올랐다.
외식비를 비롯한 생활물가 부담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심리에도 다시 경계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4.5로 전월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장기 평균인 100을 웃돌고 있지만 지난 5월 이후 이어지던 개선 흐름이 꺾였다.
가계의 체감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도 일제히 악화했다. 현재생활형편은 92, 생활형편전망은 97로 전월보다 각각 1포인트 떨어졌고, 가계수입전망과 소비지출전망도 각각 100과 109로 1포인트씩 하락했다. 특히 외식비 소비지출전망은 7월 97에서 8월 96으로 낮아졌다.
소비자들의 물가 경계감도 여전하다.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과 같았으며 소비자들이 앞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 품목으로는 석유류 제품이 50.2%로 가장 많았다. 농·축·수산물은 42.0%로 뒤를 이었는데 전월보다 응답 비중이 7.9%포인트 높아졌다.
가계부채 부담도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차주 1인당 가계대출 잔액은 9790만원으로 전 분기보다 50만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차주당 1억6193만원으로 187만원 늘었다. 특히 30대와 40대의 가계대출 잔액이 각각 49만원, 62만원 증가했다. 상품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187만원), 전세자금대출(+88만원)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