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의 최후 보루인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대내외적 격랑에 휩싸였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여파로 채무조정 신청이 역대 최고치에 달하고 대위변제율이 치솟는 비상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는 ‘물리적 통합’ 갈등이, 외부적으로는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이 겹쳤기 때문이다.
최근 서금원과 신복위의 통합 및 기능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양 기관은 1인 겸임 원장(위원장) 체제로 전국 50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해 왔으나, 이질적인 법적 성격과 설립 목적 탓에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서금원은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기타정부기관으로, 정부 재정과 금융권 출연금을 바탕으로 햇살론 등 정책보증과 자금 공급을 총괄한다. 반면 신복위는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대부업체 등 6개 금융협회 및 4000여 개 협약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채권 금융사와 채무자 간의 사적 채무조정을 중재하는 독립 기구다.
서민금융 지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양 기관을 하나의 통합 공공기관으로 묶어야 한다는 구상이 제기됐다. 하지만 서금원·신복위 노동조합은 “공공 자금 집행 기관과 통합될 경우 채권 금융회사와 채무자 사이의 중립적인 조정자 역할과 독립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며 오히려 완전한 기능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내부 갈등이 봉합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에 두 기관이 포함되자 현장의 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5일 청와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이전 추진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서민금융 상담 및 채무조정 신청 수요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있고, 주요 시중은행·제2금융권 본점, 서울회생법원을 비롯한 사법기관, 보건복지부 등 유관 기관과의 실시간 업무 공조가 필수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특수성을 무시한 채 추진되는 기계적·지역 안배식 지방이전은 취약계층의 대면 접근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지난 수년간 구축해 온 서민금융 전달체계를 송두리째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는 일방적인 지방이전 검토를 즉각 중단하고, 현장의 전달체계 안정화 대책을 먼저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현장의 위기 지표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올해 상반기 신복위 채무조정 신청 건수는 약 11만건에 육박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서금원이 취급하는 햇살론15 등 주요 정책서민금융의 대위변제율 역시 20%대를 상회하며 재정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취약차주 구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에 지방이전을 둘러싼 갈등으로 행정력이 분산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나 행정 편의주의적 지방이전에 매몰될 때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자금 공급과 채무조정, 복지 연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해 한계 차주의 실질적인 경제적 재기와 자립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교한 서민금융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