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였지만 가계빚 41조 늘었다…보험권까지 ‘풍선효과’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광고물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광고물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규제 기조 속에서도 1년 반 만에 41조원 넘게 불어나 775조원선을 넘어섰다. 은행권 문턱을 급격히 높인 여파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도 본격화됐다. 특히 서민들의 마지막 자금 조달 창구로 꼽히는 보험사 약관대출까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가계부채의 총량과 건전성 모두에 경고등이 켜졌다.

 

◆1년 반 만에 41조 원 폭증…규제 무색해진 5대 은행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2024년 말 734조1000억원에서 2025년 말 767조6000억원, 올해 6월 말까지 775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1년 6개월 만에 41조원이나 불어났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이 약 11조원 늘어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고, 신한은행 약 7조8000억원,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약 7조6000억원, 하나은행 약 7조원 등이 뒤를 이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과 맞물려 주택 매매 및 전세 잔금 마련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됐다. 

 

금융당국이 가산금리 인상 압박과 대출 한도 축소 등 전방위적 총량 억제책을 펼쳤지만 자금 수요를 억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맞물린 시장금리 하락 압력이 규제 효과를 상쇄한 데다 ‘지금 대출을 받지 못하면 영영 기회를 놓친다’는 불안 심리가 차주들을 대출 창구로 내몰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막히면 돌아간다…보험사로 번진 ‘불황형’ 약관대출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가파르게 높아지자 억눌린 수요는 곧바로 2금융권으로 옮겨붙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보험업권에서 나타나고 있다.

 

보험업권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4월까지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갔으나, 5월 들어 8813억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어 6월에는 1조639억원이 늘어나며 월간 증가 폭이 1조원을 넘어섰고, 7월에도 7172억원이 추가 증가했다. 석 달 동안에만 2조6000억원이 넘는 대출이 보험사 창구를 통해 나간 셈이다.

 

이러한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 범위 내에서 돈을 빌리는 약관대출은 별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가 적용되지 않고 신용등급 조회나 심사 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분류된다.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늘어난 보험계약대출 규모만 2조4647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대출 조이기가 시작되자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와 다중채무자들이 손쉬운 약관대출로 대거 발길을 돌린 구조적 풍선효과가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수치만 쫓는 ‘숫자 관리’…가계의 ‘자금 절박함’은 외면

 

이 같은 지표는 금융당국의 현행 부채 관리 방식이 본질을 비켜서 있음을 경고한다. 정책의 시선이 ‘어느 금융사의 대출이 늘었는가’라는 지엽적인 숫자 관리에만 머물러선 안 되며, 가계가 빚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과 억눌린 자금 수요의 이동 경로를 입체적으로 추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정부가 부채를 잡겠다며 문턱만 닥치는 대로 높인 결과, 정작 빚은 꺾지 못하고 차주들을 보험권 등으로 떠미는 풍선효과만 심화시켰다”며 “‘두더지 잡기식’ 일차원적 규제의 피해는 고스란히 무주택자와 청년, 실수요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만큼 창구 통제가 아닌 가계부채의 구조적 원인을 정조준한 정교한 핀셋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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