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산업, 대중국 재역전 해법] 피지컬 AI·AX로 제조업 혁신 나선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SDS '리얼 서밋 2026'에서 참가자들이 레인보우로보틱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SDS '리얼 서밋 2026'에서 참가자들이 레인보우로보틱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세계 시장을 휩쓸던 한국 제조업은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에 추월당하며 고전하고 있다. 우리 제조업이 중국이라는 거인에 맞서기 위해선 실물 세계의 인공지능(AI) 영역인 피지컬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주요 산업의 AX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해 스스로 행동하는 피지컬 AI는 최근 제조업계에서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이미 미국, 중국, 일본 등 다른 제조업 강국들은 피지컬 AI를 차세대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시장을 선점하고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피지컬 AI 분야에서 지난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88% 이상을 차지하는 등 앞서나가고 있다. 

 

 언어 등 추상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LLM과 달리 피지컬 AI는 물리적 환경에서 확보되는 세분화한 데이터를 수집, 학습시켜야 실제로 구동할 수 있다. 제조업 기반이 탄탄할수록 실제 학습 데이터와 실증 환경을 확보하기 쉽고, 이를 바탕으로 AI 모델과 로봇을 빠르게 고도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배터리, 정밀 제조 등 세계적 수준의 하드웨어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제조 특화 피지컬 AI 기술 내재화에 유리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서지훈 한국산업은행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피지컬AI 산업 생태계 분석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용 로봇 밀도와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등 첨단 제조업 중심의 고난도 제조 공정을 보유하고 있다”며 “학습 데이터·실증 환경·레퍼런스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바탕으로 실제 제조 데이터 확보에 매우 유리한 환경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도 우리나라의 뛰어난 제조역량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피지컬 AI는 전 세계에서 최정상에 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 6월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선정하고, 피지컬 AI 분야 글로벌 1강 도약 목표를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제2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AI 모델,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에서 최고 역량을 확보하고 전 분야 인공지능 전환(AX) 기반을 만들어 AI 경쟁력 3위, 피지컬 AI 글로벌 1강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최근 열린 경총포럼에서 “생성형 AI는 지난 10년간 기술적 진보나 투자를 적절히 이루지 못해 상당히 늦어졌다. 미국이 100점이면 중국은 70점, 우리나라는 35점 정도”라고 짚었다. 우리나라의 피지컬 AI 경쟁력에 관해선 “중국과는 격차가 있지만 전통적인 유럽 강호보다는 낫고, 대체 불가능한 반도체 역량을 갖고 있다”며 “AI는 상당히 늦게 뛰어들었지만 피지컬 AI는 경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글로벌 1강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주력 산업 AX(인공지능 전환) 가속화 역시 제조업 혁신을 위한 과제로 꼽힌다. 제조업의 AI 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지 오래다. 이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 과제로 떠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주요 산업의 AX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을 의식해 정부도 제조업 중심 AI 전환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내년 AI를 활용한 제조혁신 가속화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적 이행을 총력 지원하고자 3조7261억원을 투입한다. 구체적으로 제조공장 전체를 AI가 운영하는 ‘풀스택 AI 팩토리’를 국산 기술로 구현하는데 12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또 우리 제조업의 핵심 자산인 제조 암묵지를 활용한 AI 솔루션 개발(R&D)에 2900억원을 책정했다. 아울러 1158억원의 예산을 들여 다양한 제조 AX 사업을 통해 확보되는 양질의 현장 데이터를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수집·관리하는 ‘제조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AI 모델 학습과 고도화, 제조 현장 실증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한 강연에서 “지금은 AI가 대항해시대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도약과 쇠퇴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우리가 중국을 어떻게 따라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정부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벤처기업, 학계, 연구소까지 모두 힘을 모아 제조업의 AI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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