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산업의 대중국 재역전] 숫자와 현장이 말하는 격차 ‘1.2년’…中과 기술차 사실상 사라졌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LG전자의 클로이드가 전시돼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LG전자의 클로이드가 전시돼 있다. 뉴시스

 

한국이 중국보다 산업기술에서 1.2년 앞서 있다는 인식은 알고보면 사실과 다르다.

9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2025년 산업기술수준조사’에 따르면 최고기술국 대비 기술격차는 한국 1.17년, 중국 1.19년이었다. 반올림하면 모두 1.2년이다. 양국 간 차이는 즉, 0.02년으로 일주일 남짓에 불과하다.

 

기술 수준도 한국 90.2%, 중국 89.1%로 1.1%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조사 대상 22개 분야 중 자율주행차와 지능형 로봇, 디지털헬스케어, 맞춤형 바이오, 탄소소재, 금속재료, 차세대항공, 차세대반도체 등 8개 분야에서는 중국이 한국보다 앞섰다.

 

차세대반도체 기술 수준은 한국 79.2%, 중국 82.1%였다. 다만 이 항목은 시스템·응용 반도체 중심으로 HBM을 비롯한 메모리 경쟁력을 직접 평가한 수치는 아니다. 이를 근거로 중국이 HBM까지 한국을 추월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산업 현장의 평가는 더 냉정하다. 산업연구원이 전문가 설문과 심층면접을 바탕으로 한·중 가치사슬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중국은 로봇·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있었다. 반도체만 양국이 경합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메모리와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서 앞섰지만 중국은 팹리스와 인공지능(AI) 반도체, 후공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수출시장에서도 중국 우위가 뚜렷하다. 한국무역협회가 2019~2024년 반도체·자동차·화학·기계·철강의 수출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한국이 우위를 지킨 분야는 반도체뿐이었다. 중국은 나머지 4개 분야에서 양적·질적 경쟁력 모두 앞섰다. 저가 제품을 대량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수출 구조 고도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격차도 빠르게 줄고 있다. 중국 CXMT는 최근 AI용 HBM3E를 소량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2027년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수율과 양산 규모, 소비자 인증에서는 국내 업체와 차이가 크다. 그런데도 중국 HBM이 연구개발 단계에서 생산 단계로 넘어왔다는 점은 부담이다.

 

첨단 공정에서는 아직 한국이 우위다. 중국 SMIC는 7나노 공정을 상용화하고 N+3 공정까지 개발했지만 선도업체의 상용 5나노 공정보다 집적도와 생산성이 낮다. 중국 2위 파운드리 화훙도 7나노 소량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추월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추격 주체와 생산능력이 동시에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2년이라 해도 남은 시간이 아니라 한·중 기술격차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경고”라며 “대응은 사업 재편과 혁신을 병행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응책으로는 “철강·석유화학은 범용 설비를 줄이고 고기능 소재로 전환해야 하고 기계는 반도체·배터리용 정밀장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HBM과 첨단 패키징뿐 아니라 취약한 팹리스와 소재·장비 경쟁력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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