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방산과 원전 등 주요 해외 프로젝트와 연계해 추진 중인 ‘상생금융’이 현장 안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수은은 지난 4월 주요 방산 기업들과 협약을 체결하며 공급망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지원은 단기 결제자금 중심에 머물렀고, 원전 분야 역시 금융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원 대상 선정 시 1차와 2·3차 협력사를 별도로 구분해 관리하지 않아, 공급망 전반에 걸친 실질적인 지원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로 확인됐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수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은은 방산 대기업과의 상생협약 체결 이후 공식적인 상생금융 프로그램 실적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수은 측은 “협약 이후 중소·중견 27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결제자금을 우선 지원했으며, 연말까지 추가 지원 사례를 발굴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당초 대대적으로 체결했던 상생협약의 취지와 달리, 실제 지원 규모는 협력사 27곳의 단기 결제자금 집행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원전 분야 역시 최근 우리 기업이 수주한 프로젝트 공사가 본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면서 상생금융 지원 수요 자체가 미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관련 수출금융을 지원한 바 있으며, 이는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수출입 금융이었다”며 “국내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상생금융 프로그램 지원 수요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형 해외 수주 실적과 별개로 협력사들의 실제 자금 조달 주기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상품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후 관리 시스템이 정교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수은의 상생금융 프로그램은 대기업이 제공한 협력사 리스트에 해당 기업이 포함돼 있는지만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1차 협력사인지 상대적으로 영세한 2·3차 협력업체인지 여부는 구조적으로 구분해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책자금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양호한 1차 협력사에 쏠릴 가능성이 높고, 정작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하위 협력사까지 지원 효과가 제대로 도달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수은은 최근 5년간 상생금융 프로그램 집행 실적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지원을 받은 수혜 기업 수는 2022년 650개사에서 2024년 493개사, 지난해 452개사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7월 기준 185개사에 그치며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작 국가적 역점 사업인 핵심 전략산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최하단 협력업체로의 실질적인 자금 도달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관리 부재 속에 외형적 총액 확대만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수은 측은 “방산 및 원전 협력사 지원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우리 기업의 수주 증가 및 사업 본격 추진에 따라 상생금융 지원 실적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공급망 하위 협력사까지 자금이 닿을 수 있도록 차수별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현장 맞춤형 지원 체계를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