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증시 하단을 받쳐주던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거 처분하고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짙어지며 주도주의 매도세가 쏟아지자 코스피는 탈환했던 7000선을 지키지 못하고 밀려났다. 이번 주 국내 증시 역시 국제유가 급등과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복합 리스크 속에서 인공지능(AI) 모멘텀과의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개미, 4개월 만에 순매도 전환…삼전닉스 13조원 던져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5조2120억원, SK하이닉스를 7조818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두 종목 합산 순매도 규모만 13조억원에 달한다.
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 두 종목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떠받쳤던 개인은 7~8월 매수 규모를 점차 줄이더니 이달 들어 매도 우위로 돌아서고 있다.
개미들의 반도체 매수세는 6월을 정점으로 급격히 식었다.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5월 9조6050억원에서 6월 17조119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5조470억원, 8월 2조380억원으로 내리막을 탔다. 5~6월 15조원대에 달했던 SK하이닉스 순매수 규모 역시 7월 9조100억원, 8월 1조740억원으로 쪼그라들며 두 종목 모두 이달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오픈AI가 차세대 모델 ‘아스트라’를 공개하며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감을 키웠음에도 수급 이탈은 멈추지 않았다. 3분기 들어 증시 상승 탄력이 둔화된 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당국의 규제로 투자 수요가 위축됐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려앉아 환전 부담이 줄자 투자자들이 미국 기술주로 자금이 분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시 전반의 가파른 이익 성장을 이끌어온 반도체 업종의 이익 모멘텀이 둔화되면서 증시 주도력이 약화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종목의 매도세는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3.33%(222.70포인트) 오른 6909.91로 상승 마감했으나, 7000선 안착에는 실패했다. 주 초반 반도체 강세에 힘입어 7000선을 회복했지만 주 후반 매도세와 함께 국제유가·금리 급등 여파로 하락해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외국인·기관의 동반 매도 속에 삼성전자가 3.5%, SK하이닉스가 2.2% 하락하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유가 100달러·금리 4.9% 돌파…FOMC 앞두고 불확실성
대외 거시경제 지표도 증시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여기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9%를 넘어서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며 국내 증시의 자금 유출 압력을 키웠다. 실제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9조9104억원, 2조125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 국내 증시 역시 유가·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과 AI 모멘텀이 맞물린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코스피가 7000선까지 올랐지만 급등 과정에서 매도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매물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최근 60거래일간의 평균 주가 수준을 중심으로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한편 한국 시간 17일 새벽 발표되는 미국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관련해서는 최근 반등한 에너지 가격이 향후 통화정책과 점도표에 미칠 영향이 변수로 꼽힌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WTI가 다시 100달러를 웃돌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며 “점도표 내 최종 금리 힌트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