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출 자금을 기반으로 사업을 벌이다 담보를 잃은 중국인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정부의 승소가 최종 확정됐다.
법무부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가 지난 12일 중국인 투자자 펑전 민씨의 중재판정 취소신청을 전부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취소위원회는 민씨에게 한국 정부의 취소절차 소송비용 약 15억1283만원과 이자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민씨는 2007년 국내에 파이코리아를 설립하고 중국 베이징 화푸빌딩 매입·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우리은행이 주선·지급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3800억원을 조달했으나 이를 갚지 못했고, 대출채권을 인수한 우리은행은 담보로 받은 회사 주식을 매각했다.
민씨는 이에 반발해 민사소송을 냈지만 2017년 7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출 과정에서 우리은행 임직원에게 금품과 이익을 약속하거나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3월 징역 6년이 확정되기도 했다.
민씨는 은행의 주식 매각과 한국의 민·형사 사법절차 등이 한·중 투자협정을 위반했다며 2020년 8월 ISDS를 제기했다. 배상 청구액은 당초 약 2조원이었으나 절차가 진행되면서 약 2641억원으로 줄었다.
원 중재판정부는 2024년 5월 민씨의 회사 설립과 주식 취득이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해 대출을 조달하려는 불법적 계획의 일부라고 판단했다. 투자협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청구를 전부 기각하고, 한국 정부의 소송비용 약 49억1260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민씨는 같은 해 9월 협정과 국내법 해석에 오류가 있고 충분한 변론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며 판정 취소를 신청했다. 취소위원회는 원 판정부의 협정 해석이 합리적이고 변론 기회와 판정 이유도 충분히 제시됐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약 2641억원의 배상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며 취소절차에 든 소송비용 약 15억원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민씨가 원 판정부에서 지급을 명령받은 소송비용 약 49억원을 내지 않아 중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취소절차 비용도 임의 변제를 요구한 뒤 지급하지 않으면 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법무부는 “국내법상 위법한 투자는 ISDS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며 “소송비용 환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